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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엔드게임 (스포주의)

케이즈

19.04.26 01:19:39추천 3조회 1,651

이전 리뷰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스포가 꽤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리가 안될 것 같거든요.

 

그러니 울고짜고 욕해도 별 수 없습니다.

이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겁니다.

 

하지만 첫화면부터 스포가 대문짝하게 박혀서 기습스포를 당하실수도 있으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아직 안보신 분들은 얼른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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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워에서도 그러했지만,

이번 영화도 초심자들을 위한 배려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1,2부로 나눈 영화에 그런거 바라는게 양심에 털난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더더욱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이 영화를 보려고 그동안 나왔던 마블 영화들을 모조리 다시보고 간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참 너도 대단하다...'라고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난 지금에는 그 친구의 선택이 옳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 한 시대를 보내며.

 

아이언맨으로 시작한 마블의 영화들은 본인들이 의도치 않게 시작되었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않고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엮었습니다.

 

그것은 각기 다른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인다는 개념을 넘어서

그것들의 시너지를 하나로 모아 폭발시키는 영화를 만들어내었습니다.

 

마블 팬들이 꿈에도 그리던 그 영화, 어벤져스의 탄생이었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는 그들의 세계관을 넘어서

다른 영화사들이 탐내는 브랜드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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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던 라이벌인 DC는 너무 조급한 나머지

마블이 쌓아온 걸음들을 단번에 따라잡으려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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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큼의 캐릭터는 없지만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보자했던 시도는

포문을 열어줄 영화가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하며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마블은 먼저 발을 내딘만큼 한걸음 한걸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고,

다음 영화를 기대하고 다음 스토리가 조립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엔드게임은 그동안 쌓아왔던 이 긴 세월에 종지부를 찍는 작품입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정작 이별의 순간이 오면 그 말을 어떻게 전할지 난감해하곤 합니다.

심지어,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이별을 해본적이 없었을때는 더더욱 그렇죠.

팬도, 영화사도 처음 맞이하는 이별의 방식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2. 최대한 담담하게. 그들을 기리는 방법.


이 영화를 단편으로만 놓고 본다면, 어떤 장면은 너무 루즈하고 어떤 장면은 너무 실없어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편으로 나누어진 작품이고, 10년의 총결산이라는걸 감안하고 본다면

초반의 장면들은 우리가 잃은 히어로를 기리는데 충분한 시간이 됩니다.

 

사라져간 이들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조명해야할 필요성이 있고,

이번 편에서는 조금 길다 싶을 정도로 그것에 집중합니다.

아마 그런 것들이 영화가 3시간이 된 이유일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할겁니다.

 

결국 히어로들은 좌절하지 않고 답을 찾아낼거라는 관객들의 소망을

지쳐주저앉아버린 히어로의 모습으로 보답합니다.

그들은 패배했고, 가족과 친구를 잃었으며,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걸 계속 되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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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벤져스의 상징이었던 토니입니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지나칠 정도로 자기애가 강하던 이 인물이

결국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서 결국 관객도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아 맞다. 전작에서 어벤져스는 실패했었지.'

 

 

3. 10년이 쌓아온 내공, 그리고 오마주.

 

영화의 표현 방법중에 오마주라는 것이 있습니다.

표절과 오마주를 가리는 단 한가지의 명제는 원작을 얼마나 존중하느냐, 그리고 그 존중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단순히 해당 영화의 명장면을 소비성으로 집어넣느냐, 의미를 넣느냐는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적어도 관객들은 이것이 오마주인지 표절인지 단박에 알아차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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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영특하게도 10년동안 쌓아온 장면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듭니다.

10년을 함께 해온 팬들이 충분히 즐기기 위한 장치를 여기저기 만들어놨습니다.

보고 단박에 알아차린다면 웃음이 터짐과 동시에 원작이 자동적으로 머리속에 재생될거고,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의미없는 하나의 장면으로 지나갈 것들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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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 소년이 했던 대사는 훗날 캡틴아메리카의 신념을 대표하는 대사가 되지만,

엔드게임에 와서 너무도 잘 안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장면은

'아는 관객들'은 웃을수 밖에 없는 장면일 것입니다.

 

혹은 엘레베이터에서의 격투신 재현을 기대하던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자그마한 반전은

아는 사람들만이 웃을 수 있는 쾌감이었을 것입니다.

 


4. 그러나 마무리는 성대하게.

 

그렇게 담담하게 이어져가는 와중에도 극의 위기는 만들어지며,

위기가 올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설득력 또한 충분히 타당하게 만들어집니다.

 

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해 너무 인위적으로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잠시 들긴 하지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캡틴이 읊조리는 하나의 문장이 주는 쾌감은

'그래 그딴게 뭐가 중요해!'라는 생각과 함께 전율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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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 대사를 하나를 듣기 위해 10년을 기다려온 사람들처럼 말이죠.

 

그래요. 이들은 가디언즈가 아닙니다. 디펜더스도 아니죠.

쉴드도, 소드도 아닙니다.

어벤져스였습니다.

항상 당한만큼 되돌려주는.

 

그렇기에 분노로 하나되어 모인 이들에게 그보다 더 어울리는 문장은 없었겠지요.

 

 

5. 그리고 작별.

 

죽는 이들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굳이 그것을 밝히고 싶지는 않네요.

그러나 본 사람들은 알겁니다.

죽었든 죽지 않았든 우리와 10년을 함께 해온 그들과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해야할 때임을.

 

이제는 새로운 얼굴들이 바톤터치를 해야하는 상황이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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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 시대를 이끌어가야할 캡틴마블은 적어도 솔로무비보다는 매력적으로 나왔습니다.

뭐 그건 솔로무비의 정리가 안된 스토리와 배우가 가진 반감이 선입견으로 작용된 탓이 컸겠습니다마는

짤막짤막하게 보여준 존재감은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메인 히어로라는 메세지였겠죠...

(그치만 난 아직도 오른쪽의 댄버스양을 원합니다. 갭차이가 너무 크잖아요.)

 

항상 쿠키장면을 보여주며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던 마블이었지만

마무리 작품답게 이번에는 담담하게 그대로 마무리 짓습니다.

 

하지만 마블을 사랑했던 팬들이라면 아마 스탭롤이 올라올때까지 자리를 못뜰겁니다.

쿠키영상을 대체할 영상으로 채워놨으니까요.

일어나지 마세요,라고 주의할 필요도 없이 그냥 보다보면 앉아있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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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인물들을 최대한 이만큼 조율한 루소 형제. 수고하셨습니다.

절대 간단하지 않은 작업이기에 많은 이들이 실패하는데

항상 기대만큼을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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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년을 선물해줘서 고맙습니다, 케빈 파이기.

 

 

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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