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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방금 영화 찍고 왔셈.

으히히힉

07.12.10 15:57:11추천 8조회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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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돈이 궁해서 인력소에서 일이나 해볼까 하고

 

우리집 근처에 인력소가 있다길래 찾아 나섰는데

 

2시간동안 뺑뺑이돌았심.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피시방을 가기로 했는데

 

길에 서있던 어떤 아저씨 눈빛이 심상치 않은거야. 핸드폰 든 손 하며...

 

솔직히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근데 피시방 바로 앞에서, 갑자기 집에서 해야할 일이 생각나서 뒤를 딱 돈 순간

 

그 아저씨가 10미터 후방에 딱 서있는거야. 내가 보니까 딴청을 하더군.

 

그 때 예감했지. 아, 이 아저씨가 날 노리는구나.

 

그 쪽이 시장길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지만 난 무서웠어.

 

그래서 이 동네에서 1년간 살면서 한번도 가지 못했던 골목길로 막 들어섰지.

 

그렇게 그 아저씨를 따돌렸다고 생각하고 골목 중간쯤에서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또 다른 아저씨가 걸어오는거야.

 

난 또 예감했어. 아, 이 아저씨도 한패구나.

 

내 옆을 슥 스쳐지나가면서 나를 쳐다보던 눈빛.

 

난 감잡았어. 내가 원래 쫌 비상하거든.

 

그 아저씨도 딴청을 하며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길래

 

난 미로처럼 돼있던 골목을 몇 바퀴를 돌고 피시방으로 슉 들어가려고 시장쪽으로 다시 나섰지.

 

근데 아뿔사, 내 뒤에서 맨 처음 그 아저씨가 또 다른 아저씨와 함께 걸어오는거야.

 

난 느꼈지. 아 남성삼인조구나.

 

그래서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지.

 

솔직히 두번째 아저씨까지는 내가 너무 심심해서 장난반으로 추적놀이한건데

 

이 상황이 되니까 길에 버려진 각목같은 거 없나 살펴보게 되더라고.

 

그러나 거리는 깨끗했어. 요즘 대선이잖여.

 

하지만 내가 누구야. 나 비상하잖아.

 

그래서 그 아저씨들을 내 홈그라운드쪽으로 유인을 했지.

 

역시나 첫번째 아저씨와 세번째 아저씨가 날 따라오더라고.

 

그 때 사거리가 나왔어. 내가 잘 아는 곳이야.

 

턴유어레프트 하면서 바로 뛰었지.

 

막 뛰었어.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경찰들에게 추격 당할때 처럼.

 

그리곤 남의 원룸 벽 뒤로 숨었지. 숨죽였어. 긴박해. 이머젼시야.

 

허파가 터질라하는데 참고 숨을 죽이고 있었어.

 

그 아저씨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그것도 원룸 앞에서.

 

여기서 나는 또 느꼈지. 아, 이 아저씨들이 내가 여기로 숨은 걸 모르는구나.

 

결국 내가 이긴건가?

 

그 아저씨들 막 우왕좌왕 서로한테 뭐라뭐라하면서 그 앞에서 계속 있더라고.

 

난 담을 넘어갈까 생각하다가 소리날까봐 조용히 있었어.

 

젖같은 판단이었지.

 

그 때 불쑥 세번째 아저씨가 내 앞에 나타나서 내 손목을 딱 잡더만

 

너 이리와봐. 잡았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자기네편을 부르는거야.

 

내가 사실 낯을 가려.

 

그래서 난

 

아 왜 이러...

 

하고 아무말도 못했어. A형이거든.

 

그 때 첫번째 아저씨가 오더만

 

너이쇅히, 일로와. 난 강력5반 경찰이다.

 

하면서 진짜 경찰증을 보여주는거야.

 

난 생각했지. 내가 지금까지 저질러온 범죄들...

 

저번에 종량제봉투 없이 쓰레기 막 버렸거든.

 

그래도 내 흔적들은 다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더만 나한테 왜 도망가냐고 물어봤어.

 

난 말했어.

 

아저씨가 쫓아오니까 도망가죠.

 

니 왜 이 주변에서 어슬렁거려. 골목골목 다니면서

 

아저씨가 막 쫓아오니까 골목골목 도망갔죠. 안그랬으면 피시방갔는디...

 

그러더만 신분증을 보재.

 

보여줬지. 전라도 놈이 왜 경상도에 있냬

 

말했지. 학교 다닌다고.

 

나 사실 경상도에서 명문대다녀.

 

아저씨들 내 학생증 보고 긴장했지. 진짜거든.

 

그러더만 요즘 이 주위에 낮에 빈집털이가 많대. 그래서 감시하고 있었대.

 

그리고는 센타를 까기 시작했어.

 

근데 뭐 있간? 담배, 핸드폰, 지갑, 동전 끝.

 

난 간편한 걸 좋아해. 심플하거든.

 

아저씨들 긴장하지. 아무것도 없거든. 십자도라이버나 그런게 나와야되는데.

 

그러면서 이제는 나한테 이래.

 

니가 우리 상황이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 주위를 몇바퀴나 도는데 우리가 의심해야지.

 

내가 말했어. 아까말했잖아요. 아저씨가 미행해서 도망갔다고.

 

왜 도망가. 아까 거기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난 건달형님들인줄 알았어요.

 

그러더만, 소지품 집어느라카고 내 신발 밑창 디카로 이쁘게 찍어주고 이해하라고 하고 풀어줬어.

 

내가 원룸 뒤에 숨어있다가 담 타고 막 튀었으면 수배뜰뻔했어.

 

아무튼 한낮의 대추격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고, 난 피시방에 왔어.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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