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 여친과 영화관람을 위해 좌석 찾아 앉아있을 때였네.
관람전 광고타임.
그 때 한창 갈아만든 사과 음료수가 신상품으로 떠오르던 때였지.
김희선이 CF모델로 나와서 샤방샤방 화면을 꾸미고 있었더랬네.
여친이 탐 크루즈 영화를 보다가 어익후나 멋있쿤아 느므좋삼 하앍 하면서
나의 심장을 염장질한 이후,
복수의 모닥불 그 자체가 되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차
옳타꾸나 하고 나는 메마른 입술이 갈라져 터지도록 칭찬을 해댔네.
"아이쿠 우리 희선이 이푸구나 이픈거다 아익후 어덕후 하앍하앍"
여친님의, 강렬한 스냅이 일품인 스매쉬와 백핸드에 나는 항거하며
희선이 미모에 정신줄 놓은 척을 계속하고 있었네.
그렇게 CF가 조금 흘렀을까.
드디어 광고의 대미를 장식하듯 한 화면 가득히 희선이가 나왔다네.
쾌감과 기쁨에 겨워 두 손 높이 들어 할렐루야를 외치려던 찰나.
거대한 스크린 속 그녀는 이렇게 말했네.
"갈아마실 거다~~~~~~~~~~~!"
난 순간 훅 쫄았네.
길고 단정한 머리를 한 번 휘날린 후
웃는 얼굴로 그런 말을 상큼하게 던져주니 그것도 나름 상당히 섬뜩하더군.
한 두 어번 CF가 그렇게 나간 후
그 문구는 갈아만든거다로 바꿨었네.
아무래도 카피라이터가 욕을 잘 모르는 순진한 처자였던 모양이라고 지금은 추측이 드네만 ㅋㅋㅋ
2.
이건 웃긴게 아니고 무서웠던 거네. (그러고 보면 위의 것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군 ㄷㄷㄷ)
밤에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네.
알다시피 야심한 밤의 케이블은 에로한 기운이 모락모락 오르지 않는가 말이다.
잘만하면 오늘밤은 이걸로 소재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잠깐 광고를 보고 있었네.
그 때 새로 제작되어 나오는 광고, 카드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네.
그게 뭐 카피가
여우가 되자 이런 식이었지.
그래서는 몸매 좀 되는 여자가 원피스를 입고 나와서는 카드를 척척 긁으면서 과소비를 시작했네.
거기까지야 뭐 심드렁했지.
애니메이션 같은 걸로 꼬리가 나오게 하는 것도 그저 그랬고.
그런데 갑자기 여자 얼굴이 한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 되었네.
그리고는
여자의 눈꼬리와 입꼬리가 한없이 치켜올라가더니
한 마리의 요괴로 둔갑하였네.
엄찍고,
가만히 심드렁 보고 있다가 모골이 송연해짐과 동시에 차가운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쫘악 올라왔네.
우왁 씨봐 저거 뭐여!
존내 놀래고 나서도 콩닥콩닥한 가슴을 붙잡고 자다가
그 날 밤 악몽까지 꿨네.........OTL
그게 신애였네.
그 이후, 지인들을 만나면서 난 내가 체험한 것들을 말해주었네.
그러면서 그 지인들에게 물어봤었네.
"야, CF 그거 너무 못만들지 않았니?"
지인들로부터의 대답은.
"그런 CF가 있었나? 난 못봤는데."
경악스러웠네.
TV를 끼고 산다는 녀석 조차도 그런 CF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니.
난 그 이후에도 그 CF만 세 번을 봤는데.
다시 본 CF에서 그렇게 표정이 변화하는 CG장면은 아예 잘려나가고 없더군.
평이 안좋았는갑다 했었네.
그러다 요근래 다시 TV화면에서 보게 되었네.
알렉스 죽일꺼야 하면서 고무호스를 들고 뭇남성을 추적하는 그 요괴를.
난 그래서 아직까지도 신애가 싫은 것이네.-_-
VEND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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