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양보 못한다.
일본 자유여행 계획 다 짜놓은 상태였는데 갑자기 이모님말만 듣고 신혼여행을 수정하자고
하니 짜증이 안날리가 없었다.
한참을 싸워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도 내가 양보하기로 했다.
몰디브는 아니지만 '보라카이' 신혼여행지로 그나마 가격대가 그나마 합리적이라 타협을 했다.
그 이후 여러가지 문제점이 부딪혔지만 어찌어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가 남아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혼집'이었다.
나랑 여자친구 합쳐서 5천만원이 있고 집에서 3천만원을 지원받아 8천만원이라는 자금이 모였지만
서울에서 그 돈으로 전셋집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대출 5천만원을 한다고 가정하에 1억3천에 전세집을 알아보러 투어를 다니기 시작했다.
강북, 강동, 강서 부동산을 뒤집어 봐도 전세집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1억3천 전세집을 구경가면 허름한 빌라이니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리 만무했다.
몇 주동안 알아보다가 지쳤는지 결국 여자친구는 울음을 터트렸다.
몇 군데 가격대가 맞는 신혼집이 있었지만 여자친구는 모두 패스했다.
너무 낡고 안전하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거나 쓰러질거같은 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낡긴 해도 도배새로하고 장판 새로 깔고 알콩달콩 살아도 되겠다고 달래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연애할때는 단칸방에서 시작하자고 그래도 행복할거 같다고 이야기했던 여자친구는 없었다.
현실에 눈을 뜨고 주위에 '그 정도 부터는 시작해야지. 그건 해야지.'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여자친구는 내가 알던 여자친구가 아니었다.
말끝마다 우리 엄마가, 우리 이모가. 친구들은. 주위사람들은... 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한참을 싸우고 달래고...
끝내 신축빌라 반전세 8천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신혼집을 구했다.
맞벌이로 월40만원은 부담이 크지는 않았지만 월마다 돈을 내야하는 상황은 올전세보다는
손해이기는 했다.
하지만 신축빌라라 안전현관문에 cctv 그리고 쾌적한 내부시설에 만족한 여자친구의 모습에
맞춰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 우여곡절 나는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
3년 후...
결혼 4년차 올해 이사를 가게 되었다.
올전세 빌라 1억3천만원 예전 신혼때 알아보던 낡고 허름한 곳으로 말이다.
와이프는 월40만원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내가 알던 소박하고 착한 예전 여자친구로 돌아와 있었다.
낡고 허름한 빌라지만 월 40만원을 안내고 전세대출담보로 대출은 하니
월 10만원으로 월 마다 내는 부담이 줄어들었다.
와이프는 결혼준비 당시 왜 그리 투정을 부리고 땡깡을 부렸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아니 솔직히 주위에 시선 때문이라고 부끄러운 듯 이야기를 했다.
결혼은 둘이 행복하게 살아야하는데 주위에 간섭이 지금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그 이후 자기 친구들이 결혼준비를 한다면 무조건 간섭하지 않고 남들말에 휘둘리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다닌다.
지금 나는 결혼해서 행복하다.
많은 예비부부들의 결혼준비에 축하한다. 이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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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결혼준비 야야기를 각색해서 올린 소설입니다.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