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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김호연

l죠리퐁l

22.04.30 16:02:15수정 22.04.30 16:03:01추천 6조회 3,694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각 다르다.

(톨스토이 -안나카레니나 중에서)

 

불편한 편의점은 옴니버스 형식을 한 장편소설이다. 모두 여덟 꼭지로 구성된 소설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꼭지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옴니버스의 장점은 아라비안 나이트같이 여러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와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작가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빼면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나 스토리의 개연성 등 여러 면에서 허술한 부분들이 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불편한 편의점 역시 후반부 주인공의 과거사와 관련된 장황한 이야기에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도 옴니버스 형식이 주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작가의 작위적인 장치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읽기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소설은 코로나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시기에 나왔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등장 인물의 모습은 소설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소통의 단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자기중심적 성향을 갖고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노숙자 출신 독고 씨를 제외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특히 아들 문제로 골치 아파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편의점 주인 염 여사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오 여사는 대표적으로 자신의 기준과 어긋난 삶을 살고 있는 타인에 의해 스스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삶의 형태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근본적으로 <우리는 누구의 마음에 들어야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은 스스로 자신의 의지에 따른 삶을 살아갈 자유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이 설정한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삶의 기준이 보편타당한 것인가?>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보편적이고 타당한 것이라는 기준도 타인이 설정한 기준에 불과하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회적으로 설정된 기준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잘 살아야 한다.>라는 기준은 각자 개인이 설정해야 할 삶의 기준이다. 삶의 질을 타인이 설정하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개인은 사회에서 낙오된 인간으로 낙인찍힌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숙자 독고 씨를 바라보는 염 여사의 감정이다.

 

- 염 여사는 잠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갑을 돌려 준다는데도 뭔가 불안하고 다른걸 요구할까 두려움이 번졌다. (9p)

- 염 여사는 혹시 모르니 누군가를 불러야 할까 고민했던 마음을 접고 그와 단둘이 만나기로 했다. (11p)

- 순간 노숙자 특유의 퀴퀴한고 역한 냄새가 코에 훅 들어왔다. 염 여사는 숨을 참으며 그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사내는 고개를 저은 뒤 점퍼 소매로 슥 코를 문질렀다. 그녀는 행여 파우티에 사내의 피와 콧물이 묻을까 염려가 드는 스스로에게 짜증이 일었다 (13p)

- 한바탕 소동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자 사내에게 고마움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15p)

 

독고씨를 처음 만난 염 여사는 자신, 혹은 사회적 기준선 바깥에서 존재하는 독고 씨를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판단한다.  이런 현상은 염 여사의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대다수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타인을 나의 기준과 잣대에 걸쳐놓고 바라보는 시선과 그 기준선 바깥에 있는 사람에 대한 혐오 표시는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노숙자 하면 떠오르는 우리의 판단은 지극히 감정적이다. 불결함과 두려움. 무식함과 전염병. 노숙자의 삶과 사연 따위를 들여다보는 것은 시간 낭비고 사치다. 그냥 그들이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아무렇게 대해도 될 것 같은 하위 부류의 인간이라는 감정. 막대해도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발길에 채는 쓰레기 같은 존재로 이미 각인되어있다. 이런 각인에는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만든 기준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내가 설정한 기준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의 보편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착각은 하지말자. 그것은 자칫 타인을 자신의 가치관에 가두려 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너는 반드시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이것은 기준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기준과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대비시키는 것은 마치 사람을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처럼 취급하는 것과 같다.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이 성공적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은 실패한 삶이라는 기준에 들어가 버리면 우리는 기준선 바깥에 존재하는 다른 세상과 벽을 치고 생활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라는 까뮈의 말처럼 내가 설정한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꽤나 부당해 보인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타자를 혐오하면서 스스로 고통받는다. 어찌 보면 소통이 부족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해져 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부재는 이런 원인에서 기인한다. 타인의 감수성을 배제한 대화는 외줄 타기와 같다. 그런 외줄 위에서 휘두르는 칼은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외줄을 어 버리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끊임없는 소통을 필요로 하기에 적당한 거짓은 필수적은 요소다. 만일 내가 상대의 감정선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가 숨기고 싶거나 불편해할 이야기를 정직하게 이야기한다면 둘의 관계는 당연히 틀어지고 만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간에 관계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현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서 편의점을 그만들 거라 마음먹었다. 오 여사의 아들이 외교관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는 꼴을 비웃어주고 이곳을 떠나겠다고 다짐했다.(64p)

시현은 말을 아끼기로 한 오늘의 결정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오여사는 말이 많아서, 독고 씨는 말을 더듬어서, 커뮤니케이션 불가다. 정말이지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사장님은 왜 그리 이해심이 넓은지 모르겠다.(67p)

 

남편과 아들이라는 이해 불가한 두 남자만으로도 선숙의 인생은 그간 충분히 곤란했는데 이번엔 현재진행형 문제투성이 인물이 커다란 물음표 대가리 같은 머리르 그녀의 인생에 들이밀고 있었다.(86p)

그재야 선숙은 자신이 한 번도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만 바랐지, 모범생으로 잘 지내던 아들이 어떤 고민과 곤란함으로 어머니가 깔아놓은 궤도에서 이탈했는지는 듣지 않았다.(108p)

 

시간은 그 차이를 알려주었다. 스타트라인부터 앞선 놈들은 해가 거듭할 수록 여유가 생겼고 능력과 돈을 축적할 수 있었다. 반면 이제 경만은 탄약이 고갈되어 곧 맨몸으로 돌지해야 하는 참호속 병사가된 심정이었다.(115p)


 

불편한 편의점은 그 잧로 불편하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불편하고 행동 양식도 불편하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자신의 감정을 너무 쉽게 소비하는 모양도 불편하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빠져 허우적 대는 모습도 불편하다. 문제가 풀려 나가는 개연성도 불편하다. 독고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는 관계를 해소시켜주는 것도 불편하다. 많은 불편함이 묻어있는 소설임에도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서 고민해야 할 이야깃거리는 매우 풍부하다. 마치 사람 사이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편의점에 상품이 진열되어 있듯이 쭉 진열되어있다. 그래서 챕터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고민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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