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무렵 이야기입니다.
야구부 부실에 놀러갔더니, 뭔지 모를 마네킹 대가리 하나가 덜렁 있었습니다.
[왜 야구부에 이런게 있는거야?]
야구부원인 친구 녀석한테 묻자, 태연하게 [얘가 돌아온다니까.] 라고 대답합니다.
어디 내다버려도 다음날 아침이면 야구부 부실에 돌아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이 녀석 말도 한다?] 라고 이상한 소리를 늘어놨습니다.
나는 뭔 헛소리를 하나 싶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야구부 부원들은 몰려들어 마네킹의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인사해!] 라며 마네킹에게 말을 겁니다.
처음에는 나한테 다들 장난을 치는건가 싶었지만, 친구는 진지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마네킹이 말을 하는 것 아니었지만요.
야구부원 중 한놈이 [부끄러워 하기는.] 하면서 마네킹을 바닥에 내던졌습니다.
하도 야구부놈들이 진지하기에, 나는 [평소에는 말을 하냐?] 라고 물었습니다.
[어. 좀 서투르긴 해도 말을 한다고.] 하고 좀 짜증난 말투로 대답이 돌아옵니다.
마네킹이 말을 안해서 화가 난 듯 했습니다.
[진짜라니까.]
친구가 하도 진짜라고 말을 해대서 나는 아니라고 말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뭐, 야구부원이 아닌 내가 있어서 그런가 보지.] 하고 적당히 맞장구 쳐줬습니다.
[근데 이 마네킹 왜 이렇게 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냐? 기왕 야구부에 둘 거면 너네들처럼 빡빡 밀어버리지.]
그러자 부원 중 한놈이 태연하게 마네킹을 걷어차며 대답했습니다.
[그 자식, 바리깡으로 머리 싹 밀어줬었어. 지금 머리 듬성듬성한 건 다시 자라가지고 그래.]
야구부에 놀러간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영구결번을 받았다는 마네킹한테 묻고 싶습니다.
너는 왜 야구부로 돌아가는거니?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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