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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ch] 둥글고 노란빛

금산스님

22.09.30 09:28:04추천 10조회 207,659

어제 저녁 5시쯤,

 

역을 향해 오래된 마을을 걸어가고 있었다.

 

 

 

 

해가 떨어져 주변은 깊은 남빛에 물들고,

 

집들에서는 저마다 주황색 불빛이 새어 나온다.

 

 

 

너무 추워서 목을 잔뜩 움츠리고

 

등을 푹 숙인 채 걸었다.

 

 

 

 

문득 앞으로 보니,

 

50m 정도 떨어진 곳에 둥글고 노란빛이

 

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둥실 날고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공포 체험인가 싶어 잔뜩 긴장했는데,

 

묘하게도 따뜻한 빛처럼 보였다.

 

 

 

 

나는 조금 걷는 속도를 낮추고

 

그 뒤를 따라갔다.

 

 

 

 

둥근 빛은 2~3개로 늘어나더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타나고는

 

또 반대편으로 둥실둥실 날아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내가 다가갈수록 빛은 어슴푸레해지더니,

 

10m 정도 근처까지 다가가자 빛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금 그 빛은 뭐였을까.. 하면서,

 

나는 빛이 날고 있던 근처까지 걸어갔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길 왼편에 카메라를 든 30대 정도 되는 남자가 서 있었다.

 

 

 

 

깜짝 놀라 [우왓!] 하고 소리를 내자,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길 반대편을 보니,

 

그 사람의 아내인 듯한 여자와

 

여자의 팔에 안긴 6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남자를 향해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잡고 있었다.

 

벌써 어두운 이 시간에, 이 가족은 뭘 하고 있는 거람..

 

 

 

 

잠깐 지켜볼까 싶었지만,

 

놀라서 소리를 낸 게 부끄러워

 

그 가족을 뒤로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A짱 이거 보렴? 집이야. 오랫동안 입원해 있느라 정말 고생했어.. 잘 다녀왔어.]

 

잘 돌아왔다는 말을 할 즈음에는,

 

아내의 목소리가 눈물에 젖어 떨리고 있었다.

 

 

 

 

곧이어 여자아이가 [아빠, 다녀왔어!] 하고

 

밝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목소리가 작은 사람인지,

 

뭐라고 말하는지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와 마찬가지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듣고 있는 나마저도 가슴이 떨려와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빛은 행복의 빛이었으리라..

 

행복한 사람은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빛은 그런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걸어 역으로 향했다.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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