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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ch] 오래된 찻집

금산스님

23.04.28 09:36:13추천 8조회 211,806

개인적으로 오컬트나 비과학적인 것은 전혀 믿질 않는다.

 

하지만 5년 전 딱 한 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그 무렵 나는 교토에 취직하여 일을 하게 된 지

 

1, 2년 정도 지났던 터였다.

 

 

 

 

교토 출신이 아니었기에 그 무렵에서야 겨우 교토 지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교토 사람들은 주소에 위치를 특정 짓지 않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때 구획을 나눈

 

400년 전 거리를 이용해 장소를 특정한다.

 

 

 

 

우쿄구(右京区)는 지도 기준으로 왼쪽에 있고,

 

사쿄구(左京区)는 오른쪽에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겠지만,

 

전통이 "자연스럽게" 장소에까지 숨 쉬고 있는 기묘한 곳이다.

 

 

 

 

마을 쪽은 고층건물이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건축이 제한되어 있지만,

 

정작 빌딩 같은 건 너무나 평범해서 중소도시의 느낌이 난다.

 

 

 

 

그런 무척 불균형적인,

 

전통과 보통이 뒤섞인 이상한 "고도"다.

 

 

 

 

이 동네는 땅이 세분화되어 있기에,

 

하나하나의 건물은 기본적으로 작다.

 

 

 

 

커다란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건

 

전부 다 그렇다고 해도 좋을 만큼 외곽에만 있다.

 

 

 

 

그렇기에 나는 외근을 마치고 식사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카페"나 "찻집"에 들르곤 했다.

 

 

 

 

주변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거의 없고,

 

작은 규모의 규동집이나 카페, 찻집뿐이다.

 

 

 

 

교토에는 놀라우리만큼 카페가 많다.

 

유명한 가게도 많다.

 

 

 

 

그리고 그 카페 하나하나마다

 

가벼운 식사 메뉴와 커피 질에 무척 신경을 쏟고 있다.

 

 

 

 

그렇다 보니 외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근처에 있는 단골 찻집에 들러 식사를 하는 것이 나의 재미였다.

 

 

 

 

나는 카페를 보는 눈이 나름대로 까다롭다.

 

취미이기도 하니, 일을 하는 와중에도

 

카페를 찾아갈 것이 소소한 기대가 되어주곤 했다.

 

 

 

 

그리고 그날은 카라스마도리(烏丸通)에 있는 찻집에 들어갔다.

 

나름대로 오래된 찻집으로, 꽤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몇 번이고 다니다 보니

 

가게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볼 정도였다.

 

 

 

 

평소처럼 문을 열고 점원에게 자리를 안내받았다.

 

언제나 그 시간대에 일하던 점원이 그날은 보이질 않았다.

 

 

 

 

꽤 귀여운 여대생 아르바이트인데,

 

몇 번 이야기 한 적도 있었다.

 

 

 

 

어떻게 해볼 속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만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메뉴를 보니 평소와는 다른 메뉴가 실려 있었다.

 

"연어와 미즈나 크림 파스타"라는 메뉴였다.

 

꽤 맛있을 거 같았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뒤,

 

처음 보는 점원이 파스타를 가지고 왔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특히 미즈나의 사각사각한 식감이 좋았다.

 

 

 

 

크림소스에 섞어 볶지 않고,

 

미즈나를 위에 뿌리듯 얹은 게 정답이었다.

 

 

 

 

그대로 볶았더라면 숨이 죽어버려서

 

존재감도 사라져 버렸겠지.

 

 

 

 

맛있는 식사에 만족하며 커피를 마신 뒤,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 있는 젊은 남자 점원은 자주 본 얼굴이었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새 메뉴 맛있네요.]라고 말하자,

 

꽤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대답했다.

 

 

 

 

맛있었다.

 

호평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그 찻집을 찾았다.

 

평소 보던 귀여운 여대생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나는 지난번에 먹은 그 메뉴를 다시 주문하려 했다.

 

하지만 연어와 미즈나 크림 파스타는 메뉴판에 없었다.

 

 

 

 

왜 정식 메뉴가 되지 못한 것인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재료 수급에 문제가 있나 싶어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 계산대로 향하자,

 

지난번과 같은 젊은 남자 점원이 서 있었다.

 

 

 

 

[연어와 미즈나 크림 파스타는 이제 안 파나요?

 

지난번에 호평이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

 

그러자 남자 점원은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걸 물어보시는 게 벌써 네 분째네요.

 

저희 가게에서는 그런 메뉴를 판 적이 없습니다.]

 

나는 점원과는 다르게 웃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전의 일인데, 착각할 리가 없다..

 

 

 

 

결국 수수께끼는 풀 수 없었다.

 

다른 가게와 착각한 것이 아니냐며 점원은 웃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를 포함한 4명 모두 이 가게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고 하니,

 

아마 4명 모두 가게를 착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시 찻집 사람들이 다 같이 짜고

 

기분 나쁜 장난이라도 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별로 무서운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딱히 내가 손해 본 것도 없으니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연어와 미즈나 크림 파스타가 있던 그 찻집은 다른 세계의 가게였을까..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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