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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이 빠진 이유

가자서

12.06.21 17:17:47추천 6조회 8,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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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이 빠진 이유

 


한동안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로 마블 수퍼히어로의 붐이 일어났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과 토르와 헐크와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가히 놀랍고도 매력적인 쾌감을 선사했기 때문이죠.

 

어벤져스의 개봉으로 많은 분들이 마블 코믹스에 관심을 가지시면서 자주 언급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수퍼맨이 등장하지 않느냐”는 재밌는 농담부터, “팀의 리더가 닉 퓨리가 아닌가”라는 사뭇 진지한 질문까지, 하지만 가장 많이 언급된 이야기는 단연코, “같은 마블 코믹스인데 왜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에 빠졌는가?”일 것입니다.

 

이 질문의 답을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마는, 이 질문과 그 답은 단순히 영화의 저작권 문제를 넘어서 코믹스의 세계관, 즉 유니버스(마블 유니버스)를 이해하는데 핵심을 찌르는 질문입니다. 



같은 마블이라는 소속사의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이 가장 인기 있는 팀 중 하나인 어벤져스에 같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아쉽고, 또 궁금할만한 사항이기 때문이죠.

 


 

이 질문은 배급사 문제, 저작권 문제보다는 미국만화 속의 유니버스라는 개념으로 답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만화 속의 유니버스란 각 출판사가 출판한 코믹스의 캐릭터와 그 이야기를 총망라한 세계관입니다. 마블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서 작게는 지구-616을, 거시적으로는 평행우주와 각각의 차원 등의 우주적 개념을 포함한 마블 코믹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 마블 유니버스에는 스파이더맨과 어벤져스, X멘, 판타스틱 포, 헐크, 데어데블,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수많은 캐릭터들이 동시에 활동하고 만나며 숨을 쉽니다. 



즉, 그들이 겪은 각자의 혹은 모두의 사건은 그들 각자의, 혹은 모두의 설정이 되어 그들의 프로필과 그들의 역사, 그들의 세계관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마블 코믹스의 공통된 세계관의 유기적인 관계를 총칭해서 마블 유니버스라 부르는 것이죠. 이는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플래시로 구성된 DC 코믹스의 DC 유니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a의 각각의 개별 코믹스에서 다른 캐릭터b, c, d 등을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는 마블 코믹스는 아이언맨이 혼자서 활동하는 것보다 캡틴 아메리카와 가끔 협력하는 것이 더 반응이 좋은 것을 발견합니다. 



그 이후, 여럿이서 동시에 등장하는 타이틀(시리즈)등을 내걸더니, 수퍼히어로 팀 타이틀을 출판하기 시작합니다. 수퍼히어로들이 한자리에 뭉쳐서 하나의 팀으로 하나의 적과 싸워 하나의 위기를 모면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러한 발상에 따라, 많은 캐릭터들이 많은 캐릭터들과 협력하고, 많은 캐릭터들이 한 팀에 포함되고, 많은 캐릭터들이 포함은 안 된 상태에서 팀과 협력하고, 팀과 팀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협력하는 등의 다양한 관계가 일어납니다. 



스파이더맨은 힘들면 판타스틱 포와 협력하지만 판타스틱 포의 공식 멤버로 여겨지지 않고, 데어데블이 쉬헐크와 만나더라도 꼭 무슨 팀을 이루지 않으며, 어벤져스가 X멘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도 두 팀 어느 하나가 종속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캐릭터들이 각자의 영역, 작품을 벗어나 다른 캐릭터와 만나는 재밌는 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마블 유니버스는 더욱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변해갑니다.



심지어는 각 캐릭터의 타이틀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용, 독립적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리미티드 시리즈, 흔히 말하는 이벤트를 만들기까지 합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캐릭터들이 하나의 큰 맥락의 사건에서 다 함께 나오는 "메이저 크로스오버 이벤트(흔히 말하는 “이벤트”)"라는 것이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는 것이죠. 우리가 아는 시빌 워라던지, 하우스 오브 엠 같은 작품들이 바로 “메이저 크로스오버 이벤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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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파이더맨이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스파이더맨 뿐만 아니라, X멘, 특히 울버린, 판타스틱 포, 고스트 라이더, 데어데블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스파이더맨과 어벤져스, 그리고 나머지 수퍼히어로들 모두 마블 코믹스의 마블 유니버스라는 공통된 세계관에서 활동하지만 어떠한 확실한 약속이 있기 전에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위급 상황 시에 협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의 멤버였던 적이 원작에서 두 번이었고, 그 두 번 중 하나인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어벤져스에서 활약을 하는 스파이더맨이 굳이 어벤져스에 나올 필요는 없었죠. 



원작에서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는 물론 판타스틱 포와 X맨과 수많은 히어로들과 협력하는 유기적인 관계를 지닌 인물이지, 마블 스튜디오가 저작권 문제를 반드시 처리해야 할 정도로, 어벤져스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같은 세계관에 존재하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마블 유니버스는 미국만화의 또 다른 특유의 시스템으로 더욱 거대해집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내와 일본의 “A : 1권~ 650권”과는 다른 형식으로 미국만화는 운영되며, 그러한 시스템이 우리에게 이색적인 재미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보죠. 어느 만화사에 작가 "A"가 “a"라는 캐릭터로 글을 쓴다고 가정해봅시다. 통상적으로 국내에선, "그 만화사"의 "A"가 쓴 "a"를 다룬 만화는, "a 1권" "a 2권" 같은 식의 작품만 있을 뿐입니다. 저작권은 당연히 A 작가에게 있어서 A말고는 그 누구도 "A"의 "a" 작품과 동일한 설정이나 세계관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완결에 대한 권한이나 저작권 모두 작가 A에게 있지요.

 

그러나 이걸 미국만화에 빗대어보면,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a 1권을 출판한 “그 출판사”가 a라는 캐릭터의 저작권을 갖고 있으며, 고로 a라는 캐릭터와 관련된 모든 것, 그 설정과 세계관에도 회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a이라는 인물을 작가 A 말고도, B라는 이름의 작가나, C라는 이름의 작가 등의 회사가 고용한 작가라면, 회사와의 결정하에 누구나 쓸 수 있죠. 회사가 원한다면, 회사가 망하기 전까지 완결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a"를 "a 1권" 말고도 "재밌는 a 1권"이나 "무서운 a 1권" 같은 제목의 제품을 내고 싶다면 낼 수 있습니다. 동일한 세계관은 회사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대체적으로 미국만화는 동일한 세계관을 허용합니다. 미국만화, 즉 수퍼히어로 코믹스가 70년이 넘는 세월을 다양한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 이 독특한 시스템 덕분이죠.

 

미국만화는 이런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스파이더맨이 마블코믹스라는 한 사람이 아닌 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기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를 다루는 작품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스파이더맨, 같은 세계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어스토니싱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등의 작품들이 연재되는데, 각각 다른 작가들과 다른 아티스트들이 회사의 명령과 방향대로 참여, 스파이더맨이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회사가 원하는 이야기로 이끌어 간다는 겁니다. 



또한 회사 소속이기에 회사가 원한다면 언제나 다른 작품(시빌 워나 하우스 오브 엠 등)에도 등장시킬 수 있습니다. 즉 쉽게 말해서, 캐릭터들을 서로 가져다 쓸 수 있으며, 스토리나 새로운 캐릭터의 창작은 회사측과 상의하는 것입니다.


 

그럼 괜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한 캐릭터에 시간 순서나 정해진 틀도 없이 진행되면 얼마나 정신이 없을지에 대한 걱정 말이죠. 하지만 그런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순서나 설정에 오류가 생기지 않게끔 회사에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 후에 작품을 진행하는 것이며, 설사 오류가 생기면 후에 다시 채워 넣으면 되고, 그 계획에 따라 진행이나 분위기가 정해진 틀을 갖고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럼 어떻게 읽겠느냐.” 입니다. 물론 운영체계만 놓고 보면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에 파고든다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러 스파이더맨 "타이틀(제목이나 작품명)"과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여러 "타이틀(시리즈. 작품)"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행히도, 다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규시리즈는 스파이더맨 등 주인공 역을 맡은 캐릭터의 프로필에서 메인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장편 연재물이고, 기타 시리즈는 메인스토리의 영향을 받지만 그것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외전이야기이며, 구별이 의미가 없이 유동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진행될 때는 회사는 물론 팬들도 친절하게 다른 팬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방향을 알려줍니다. 더군다나 팬덤이 상당히 잘 구축되어 있어서, 오래전의 이야기를 배우듯이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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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국만화는 타이 인이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시빌 워의 메인 이슈(시공사 정발)에 캡틴 아메리카가 죽는 장면이 없는 이유, 월드 워 헐크에 아마데우스 조가 나오지 않은 이유, 그 이유가 바로 타이 인에 있습니다. 

 


시빌 워를 예로 들어보죠. "초인등록법안에 찬성하는 파와 반대하는 파로 나눠져 일어난 수퍼히어로들의 내전"이 시빌 워의 내용이라면, 이 내용의 발단과 전개, 중심 축과 중심 캐릭터들, 결말을 다루는 게 "시빌 워 # 1"이고, 이것을 메인 이슈라 칭합니다. 



반면, 시빌 워 당시의 스파이더맨이나 시빌 워 당시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당시의 아이언맨 등 특정 이벤트 속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묘사한 것이 "시빌 워 : 스파이더맨", "시빌 워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 아이언맨" 같은 작품들인데요, 이런 작품들을 타이 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시빌 워의 메인 이슈에서는 죽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을 보실 수 없는 것이죠. 그럼 메인 이슈만 보면 이벤트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인데, 실제로, 어떤 사건(이벤트)나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블 코믹스가 제공하는 체크리스트의 작품들을 완전히 다 읽으셔야 제대로 읽으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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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인의 역할은 독자들에게 그 상황에 처한 인물의 세세한 부분을 설명해줌으로서 이야기와 사건의 개연성과 그 중심사건의 더 자세한 결말, 인물의 심리를 묘사, 독자들에게 더 깊고 넓은 이해를 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타이 인은 수퍼히어로 코믹스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죠.


 

이렇게 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이 빠진 이유를 미국만화의 출판 시스템과 유니버스라는 개념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미국만화를 접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니 잘 이해하고 넘어가셔서, 앞으로 즐거운 감상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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