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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스크 주문이 취소된 이유

윾시엘

20.02.01 06:13:31추천 2조회 1,925
당신의 마스크 주문이 취소된 이유



1월 28일부터 제보가 오기 시작했다. 구매한 마스크를 모조리 취소 당한 몇몇 분의 이야기였다. 대체 왜 마스크 주문이 취소 됐나 보니 소매 유통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파는 제약사 ○○○○과 식약처가 협의를 거쳐 정부 쪽 물량이 먼저 나가게 됐다. 중국이랑 독거 노인 등 취약 계층에 먼저 나가다 보니까 ○○○○ 입장에서는 빼도 박도 못하고 기존 업체에 줘야 하는 생산 물량을 정부 쪽 물량으로 돌렸다. 정부 요청이라 거부도 못하게 됐다. 공무원이 요청하는 거고 또 좋은 일이라고 하니까 대기업은 거부할 수 없다. 대부분의 마스크 업체가 그런 상황이다. 최소 한 달, 최대 두 달 뒤에나 물건이 풀릴 거다."

그러고서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1월 29일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에 마스크 총 156만 장을 배치했다고 알렸다. 소매업체에서 말한 것과 같이 취약 계층 복지 용도로 마스크 물량이 대폭 풀렸다. 경기도 화성시는 마스크 36만 5000장을 재난 취약계층인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등에게 배부한다고 1월 30일 밝혔다. 전북 정읍시 역시 13만2000여 장을 구입해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보급하고 있다. 부산시 역시 다음 달 초까지 마스크 10만 장을 구매해 취약계층으로 뿌릴 예정이다. 경기도 오산시와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도 마스크 배포를 시작했다.

확인된 것만 200만 장이 넘는다. 한국 마스크 시장은 제대로 된 자료도 별로 없는데 2017년 정부기관이 만든 자료에는 381억 원 규모, 지금은 2년 만에 폭풍 성장해서 시장 추산 약 700억 원 규모로 예측된다. 조달청 기준 보통 급이 되는 마스크 가격인 500원을 기준으로 하면 1년 생산량은 1억 4000만 장 정도다. 1년 공장 가동일은 보통 250일 정도 되는데 국내 괜찮은 마스크 1일 생산량은 그럼 56만 장쯤이다.

정부는 대체 무슨 능력으로 하루 만에 확인된 것만 200만 장이 넘는 마스크를 구했나?

취약 계층 먼저 배려하자? 그럼 서울 사는 연봉 3200만 원 내 친구의 1살 배기 딸 아이와 도시에서 생활하며 노인정에 가지 않고 버스와 지하철을 안 타는 참전용사 할아버지는 우한 폐렴 취약 계층이 아닌가?

그래. 그럴 수 있어. 그건 큰 문제 아니라 치자. 진짜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스크 물량 상당수가 일반 국민에게 유통되기 앞서 중국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이미 마스크 300만 장을 중국에 보내겠다고 1월 30일 밝혔다. 추가 배포 계획도 잡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마스크 14만 3000장을 중국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홍콩에서도 마스크 1만 5000장이 배포됐다. 지자체도 중국으로 마스크 보내기에 한창이다. 강원도는 마스크 30만 장을 중국 지린성 등에 지원하겠다고 1월 29일 했다. 다음날인 1월 30일 전북도청은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장쑤성에 마스크 10만 장을 보낼 계획을 알렸다.

근데 이게 모두 이뤄진 게 마스크 구매 취소 대란 직후의 일이다. 그런데 유의미한 자료가 하나 나왔다. 식약처는 마스크 구매 취소 대란 날이었던 1월 29일 주요 마스크 업체에 공문을 보냈다.

"보건용 마스크 재고량, 출하량, 입고량 등 일일 현황 자료를 조사 중에 있으니 적극 협조하라."

여기까지 내가 보고 들은 사실만 정리했다. 지금부터는 내 의심이다.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각자 판단하시라.

나는 정부가 마스크 물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식약처는 제조업체에게 마스크를 공식 인증해주는 '초갑'이니까 의혹은 더 짙어진다.

난 여기서 어떤 반박이 나올지 안다. 제조사와 유통사가 이익을 더 보려고 매점매석 하는 게 원인 아니냐고 말이다. 내가 말해줄게. 매점매석은 생산이 중단되거나 줄어드는 희소 재화 '재고'를 사들여서 하는 눈치 싸움이다. 근데 지금 공장 상황이 어떤가. 대한민국 마스크 제조업체 전체가 생산에 온 인력을 다 투입해서 공장 풀로 가동 중이다. 어떤 미친놈이 생산이 중단된 물건이 아니라 생산량이 확대되는 물건을 매점매석하나? 공급이 늘면 가격은 내린다니까?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고 유통사랑 담합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냐고? 공장이 미쳤냐. 공장은 1초 단위로 생산량 계산해서 원가를 뽑는 곳이다. 직원 놀게 놔두고 공장 멈춘 다음에 급여를 줄 공장이 세상에 어디 있냐. 공장이 그렇게 시장 흐름에 맞춰 하루 이틀 만에 유통사랑 담합해서 생산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공장은 변화 자체를 매우 싫어한다. 장기 오더만 가려 받는 게 공장이다. 그리고 말이야... 아니 뭔 특수 기술 하나 안 필요한 마스크가 담합을 하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공장에 주문을 넣어봤다. 대기업 구매팀인 척하면서 말이다. 근데 소매 유통사에서 말한 것처럼 1~2개월 뒤에나 주문을 받아주겠다고 했다. 공장과 소매상의 기간이 같다. 이건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이미 업계 전체에 1~2개월 정도의 수량 주문이 들어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고로 내 중간 결론은 지금 나오는 가격 상승 랠리는 제조업 쪽에서가 아니라 일부 소매 유통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재고 소량으로 단기간 재미를 보는 중이란 거다.

다시 말한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재화는 매점매석이 애초 가능하지 않다. 생산량이 늘면 가격이 내리는데 뭐 하러 재고를 잡아놔. 생산이 줄어드는 물건의 재고를 잡아야 가격을 올리지.

어라?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이재명은 매점매석이 횡행한다고 앞으로 그러면 죽일 거라고 부들부들 거리고 있다. 정부는 시장 점검 및 대응 회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상품 지정 등을 이야기한다.

이상하지? 공장이 풀로 가동되는 현 상황에서 매점매석을 예측하다니? 그런 예측을 하는 부류는 딱 두 가지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무식하거나 혹은 계속 공급이 안 풀릴 거란 걸 이미 알고 있거나. 이재명은 변호사 출신 아니던가? 똑똑해야 변호사 하지 않나? 이런 대책 내놓는 정부 고위 관료는 어릴 때 천재 소리 좀 듣던 사람 아닌가?

공장이 풀로 가동되는데 매점매석 운운하는 이유가 뭐야. 그건 추후에도 공급이 안 될 거라는 걸 가정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결론이다.

하나 더 말해줄게. 이재명과 고위 관료가 벌떼같이 일어나 말하고 있지. 매점매석하는 업체 조지겠다고. 그거 알지? 반일부터 윤춘장, 박연차 등등 그 쪽의 취미 생활. 누군가를 악마로 만드는 그들의 일관된 행위. 난 지금 이재명 등의 행위가 유통 소매상을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분노할 땐 해방구가 필요하다. 이번 해방구 과녁 정가운데에 낙점된 이는 유통 소매상이다.

이게 가짜 뉴스라고? 그래. 나 잡아 가라. 대신 내가 다음주에 식약처에 갈 건데 식약처가 관리 중이라는 업체별 보건용 마스크 재고량, 출하량, 입고량 등 일일 현황 자료 공개해라. 그리고 하나만 더 공개해 주라. 각 업체별 주문 현황도 함께 보여줘라.

읽다 보니 이상하지? 뭔가 하나를 놓친 것 같지? 정부가 사기업의 재고량, 출하량, 입고량을 다 관리하고 있네.

준 전시 상황이니 그럴 수 있다고? 문재인이 뭐랬지?

"약속한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준 전시 상황 아니래. 근데 정부가 사기업을 통제하고 있어.

사회주의 국가에 온 걸 환영해. 처음이지? 삼양식품 주식 갖고 있으면 내다 팔고 시작하자. 지옥 불 쬐면 불닭볶음면이 슴슴하게 느껴질 거거든.
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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