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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10-귀족노조(첫 번째)

l죠리퐁l

22.05.04 15:03:57추천 3조회 2,694

귀족노조를 이야기한다.

이제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할 때입니다. 그동안 아홉 차례에 걸쳐 노동과 관련하여 역사와 이론적 배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사실 수박 겉을 살짝 핥은 것 불과합니다. 노동과 노동자의 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와 맞닿아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 중에서 직접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구가 약 1600만 명이 넘습니다. 아르바이트같이 집계되지 않는 숫자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인구 절반이 노동에 직접 관여를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 합니다. 여기에 노동의 대가로 같이 살아가는 가족 숫자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 노동(노동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의 문제는 사회(국가)의 문제와 같습니다. 봉건시대인 조선 시대만 해도 지배계층이 전체 인구의 2%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한 국가의 역사는 노동자의 역사와 같습니다. 제가 노동의 역사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동문제를 짚어본 것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노동과도 깊이 연관되어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순서로 귀족노조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 했습니다. <귀족노조>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와 이 단어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의 현실과 문제를 하나씩 꺼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불편합니다.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자 모두가 어우러져 잘 사는 사회를 꿈꾸며 귀족노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면 인터넷에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노동조합 이야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단어입니다. 누군가, 혹은 어떤 단체가 특정한 목적으로 쓰였던 단어가 이제는 <보통명사>처럼 인식되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던 단어처럼 친숙해졌습니다.

그 단어는 귀족노조입니다. 노동조합과 귀족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들으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노동조합이 귀족이란 이야기인가?
아니면 특정 기업의 노동조합이 귀족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노동자는 귀족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세상 모든 사람이 신분상승의 꿈을 안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능하다면 권력의 정점을 꿈꾸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조차도 장래 희망이 대통령인데 왜? 노동자는 귀족의 꿈을 꾸면 안 될까요? 하물며, 그런 노동자를 비난하는 사람이 바로 같은 노동자 계급이니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우선 반 노동적 용어와 함께 한국 노동조합 투쟁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노동귀족

귀족노조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불 분명합니다. 대체로 2000년 이후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혹은 극복 후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노사분규를 바라보는 보수언론 매체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입니다. 초창기에는 친 기업 성향을 보이는 국내 대형 신문사에서 이 용어를 간간히 사용했는데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이 일반화되면서 지금은 빈번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귀족노조라는 단어가 왜 프레임이며 왜 일반화되었나? 의 문제는 차차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귀족노조라는 용어가 갑자기 튀어나왔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 귀족노조 외에 다른 용어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노동 귀족이라는 용어가 미디어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이 단어는 보수는 물론 진보 언론에서도 자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귀족이라는 공통분모에 노동과 노조라는 단어를 합쳐 새 용어를 만든 것인데, 두 용어의 차이를 알아보기 전에 귀족이 갖는 의미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귀족은 봉건시대 지배 계급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반 계급이죠. 봉건시대 계급 사회의 특징은 세습에 있습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신분의 굴레를 씌어 이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한 것이죠. 다음으로는 착취에 있습니다. <귀족-양반 계급>은 노비나 노예를 부립니다. 양반이 노예나 노비를 아무 이유 없이 죽여도 죄를 묻지 않을 정도였으니 경제, 사회적 착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도 있습니다. 귀족-양반의 권력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왕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왕을 점지하는 것은 하늘이지만, 왕을 만드는 것은 양반-귀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세도를 가진 귀족의 권력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습니다. 귀족이라는 용어가 주는 이미지에 노동의 개념이 합쳐져 귀족과도 같은 노동자라는 새로운 의미가 나타났으니 이를 두고 <노동관료>라고도 합니다.

노동귀족은 노동자 계급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급받는다.
사회적 정치적 특권을 가진다.
소(少) 부르주아화 되어있다.
노동자 계급을 관료적으로 지배한다.
부르주아 계급의 신임을 받고 있으며 기회주의화 되어있다.
노동자 계급의 지도적 위치에 있다.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노동귀족은 대부분 노동조합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거나 산업별 노조. 혹은 상급 노동단체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부류를 말합니다. 물론 그 위치에 있다고 해서 모두 노동귀족은 아닙니다. 위에 특징에서 언급했듯이 노동귀족은 자본가 혹은 사용자의 신임은 둘째로 하더라도 전체 노동자를 지도하는 위치에 있어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특권적 지위를 누립니다.

초창기 노동귀족은 부르주아 계급이 자신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자 계급의 일부를 매수해서 사회적 지주계급으로 만든 노동자를 말했습니다.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 독점으로 초과된 이익과 식민지에서 나오는 초과 이윤의 일부로 노동자 계급을 매수하여 전체 노동자를 탄압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서구 여러 국가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노동귀족이란 용어도 19세기에 이미 나타났었는데, 앞에서도 언급한 유럽 노동자들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 실시한 차티즘 운동의 실패를 분석하기 위해 마르크스가 처음 사용했으며, 이후 엥겔스와 레닌이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세계 공통으로 사용된 용어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이런 형태의 노동자 계층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노동귀족의 대상과 의미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개별 사업장 내에서도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노동귀족이 등장했습니다. 회사로부터 여러 특혜를 받는 노동자. 향응과 금품은 물론 인사고과에도 개입하는 노동자가 생겨난 것이죠. 개별 사업장에서 일반 노동자를 움직이게 하는 노동조합 집행부가 노동귀족으로 변질됩니다. 특히 강성노조가 많은 사업장일수록 노조 위원장의 힘이 막강했습니다. 회사와 노동자 사이에서 적절한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특권을 누리는 노동귀족은 노동 운동에서는 청산되어야 할 암적 존재로 회사 입장에서는 언젠가는 털어 내야 할 불편한 동거관계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동귀족 세력은 사업장 내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 만의 단단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끼지 못하는 대다수 선량한 조합원은 회사와 노동자에게 착취를 당하게 됩니다. 특히 노동조합의 특권 계층은 같은 노동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질 정도로 큰 힘이 있었는데 이는 같은 노동자를 통제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었습니다.

 

노동귀족은 전체 노동자 중에서 일부 소수의 노동자가 누리는 특권적 지위를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어떤 사업장의 노동조합에 속한 노동자 전체가 귀족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죠. 특정 인물이 회사와 결탁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사람을 특정하는 용어입니다. 그래서 노동귀족은 노동자의 지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실체가 드러나고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계속>

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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