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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글연습

NEOKIDS

13.02.01 06:39:58추천 1조회 912
2013-02-01 글연습



왜 이렇게 엉망이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엉망이 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정확히, 이 도시의 한 가운데에 저 버섯구름 모양의 폭풍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6월 이른 아침의 햇빛 속에서 처음 그 현상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어딘가에 불이 난 줄로만 알았다. 불이 났을 때의 구름과 모양새가 흡사했으므로,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서 출근길을 재촉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의 위화감을 제대로 챙겨 곱씹는 자는 없었다. 그것은 점점, 핵폭탄이 떨어졌을 때의 버섯구름 모양을 만들어내면서,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을 뿐이라는, 그 이상한 현상을. 
그리고 그날 저녁 자정을 기해, 도시는 고립당했다. 
그 도시는 그냥 신도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오랜 시간이 흐른 도시일 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하고, 집값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그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젊었을 적부터 앞뒤 돌아보지 않고 고생하며 나름의 이기주의와 편익을 찾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키운 자식들이 만드는 도시 나름의 무례한 분위기가 있었고, 행정구역상으로는 더 큰 시에 편입되어 있었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다른 도시들과 구별되게 생각하려는 경향들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냥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사는 그런 동네였을 뿐이다. 
그 도시로 들어가는, 모든 길들이 차단되었다. 군의 기갑부대 및 예하 병력들이 동쪽과 남쪽, 북쪽의 모든 코스들을 몇 겹의 차단선을 구축해 모두 다 막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방독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서쪽만은 예외였다. 서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것은 수도위에서 도시를 거쳐 바다로 흘러나가는 강줄기가 있었다. 그 쪽으로 탈출하려면 설치된 보를 역행해야 할뿐더러 군사지역을 지나야만 강에 닿는 것이 가능하기도 했다. 군은 그 지역에 대인지뢰를 살포했다. 지하철 및 버스와 택시 등 모든 운송수단이 운행되지 않았다. 모든 유선 및 무선의 전파들은 차단당했다.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채팅은 물론이오 전화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방송조차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조차도 허용되지 않았고, 도시의 사람들은 뉴스를 접할 수가 없었다. 전기와 난방의 공급도 중지되었다. 
주민들은 도시 외곽의 통제선으로 몰려가 항의를 했다. 길을 막은 장갑차들을 두들기며 이러라고 세금을 낸 게 아니라고 소리도 질러보았다. 하지만 한 번도 뭔가 뭉쳐서 해본 적이 없는 인간들이 일으키는 건 항의가 아니라 소요에 불과했고, 군은 소요에 걸맞게 대응했다. 총구를 들어 그들을 겨눈 것이다. 
그리고 몇 명인가가, 쏴보라는 식으로 행동하다가, 총알에 머리와 심장이 박살이 났다. 
그 뒤로 소요는 일어나지 않았다. 군인들은 그들을 쥐새끼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으며 임무를 계속했다. 세금을 내면서도 어떻게 하면 떼어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이들은 순식간에 쥐새끼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속에서 조금씩 뭔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쥐새끼가 된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눈치를 볼 것도 지켜내야 할 질서도 없는 존재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먼저 물자가 부족해지게 될 것을 떠올렸다. 마트에선 사재기도 아닌 약탈이 벌어졌다. 통조림, 냉동식품, 그 외의 신선식품, 가공식품, 과자, 라면, 고기 등등 먹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약탈이 시작됐다. 약탈의 과정에서 서로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나마의 쥐꼬리만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같이 고립된 경찰과 공무원들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도 자신들의 방어와 유지만 하고 있는 것이 고작인 상황으로 흘러갔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끼리 살아남는 법을 택했고, 고립된 도시 안의 최고 폭력집단이 되었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도 몇몇은 버섯구름을 떠올렸다. 그것은 여전히 그 자리에 못박혀 있었고, 점점 구름을 가리고 있었다. 이 도시가 통제된 원인이 그 구름 때문이라면, 그 구름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던 몇몇 사람들이 탐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탐사를 하면 할수록 그들의 이성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구름에 접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먼지와 모래가 뒤섞인 강한 바람을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들은 끝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우왕좌왕하는 새, 도시 안에는 폭력과 강간, 살인, 방화들이 시작됐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비축되어 있는 물자들은 약탈과 낭비로 동이 나기 시작했고, 이제 겨울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어린 아이들만이라도 살려보려 통제선으로 다가갔지만 아이와 함께 총알구멍으로 벌집꼴이 된 몇몇 가족이 또다시 시범케이스가 되었을 뿐이었다. 
통제선 바깥은 바깥대로 난리였다. 방송은 그 도시가 화생방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사람들을 세뇌시켰고, 그 안에 가족들이 남아있는 사람들만이 난리를 쳤을 뿐 누구도 그 입장에 같이 서주지 않았다. 스스로가 위험을 감수하는 짓을 싫어했고, 남의 일은 남의 일일 뿐이었다. 
정치가들 중 몇몇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를 원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쥐고 있는 것은 행정부와 그 휘하의 군 기관일 뿐이었고, 그들은 지금까지 내놓은 정보들이 모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일부 시민단체나 자원봉사 단체가 그곳으로 가겠다고 몸싸움을 벌였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 그리고 그것도, 따지고 보면 수많은 침묵하는 사람들 중의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여론은 묵살됐고, 정신 나간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보장하고 있는 군과 행정부를 칭송했다. 
도시의 거리엔 이제 겁탈을 너무 당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의 시체가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 있는 풍경 같은 건 별로 이목을 끌지도 못할 정도의 지옥도로 변하고 있었다. 불타고 있는 부서진 자동차, 모두 다 깨져버린 쇼윈도, 배설물이 잔뜩 칠해진 노약자의 시체들. 어린이들은 그런 시체들을 구워먹고 있었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잡아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었고, 도서관의 책들은 땔감으로 모두 사라졌으며, 가는 곳마다 시체는 널브러져 있었다. 그 해의 겨울은 길고, 춥고, 지독했다. 
그리고 봄의 바람이 찾아온 어느 사이. 그 버섯구름이 사라졌다. 단지, 수십 번의 실패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탐사를 계속해 온 세 사람의 덕분으로. 그리고 그 중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알아낸 것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버렸다. 오직 한 사람만이, 그 진실을 깨닫고,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통제선이 풀리기 시작했고, 구조를 하려는 사람들이 목불인견의 참상들을 보며 경악했다. 짐승이 되어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멀쩡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해냈고 그것을 연극의 배우들처럼 연기하며 구조대 앞으로 나왔다. 모두들 자신의 범죄들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며 자신들의 식량을 구하던 경찰들마저도 자신들이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노라고 정복차림으로 뻐기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도시에 대한 구조는 신속했고,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제대로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탐문과 청문회를 계속했다. 행정부와 군은 끝내 정보를 풀지 않았다. 다만, 아직도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동분서주하는 눈치만이 관계자들에게 닿을 뿐이었다. 
1개월 여 후, 제 모습을 천천히 찾아가는 도시에서 수도로 향하는 지하철 속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버섯구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 도시가 겪었던 모든 상황의 재연을 수도에서 일으킬 참이었다. 그 진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의 가방 안, 비닐봉지속에 넣어둔, 아직도 그 위화감이 일어나는 연기를 내뿜고 있는 
조그만 알약캡슐 하나.
그것이 진실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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