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공유 창작 짱공일기장 게시판 글쓰기 게시판 즐겨찾기

[고라니 이벤트이나 상품은 마음에 안듦] 카르마... 어깨에 힘 좀 빼고 상냥하게 살자! - 상편

똥꼬발랄슬기

20.09.02 15:33:16추천 5조회 1,279

지금부터 15년 정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외국계 회사를 대상으로 한 광고회사를 운영했었고, 지금은 그 분야 업계 1위가 된 기업의 하우스 에이전시가 되어 거의 매주 마케팅 미팅을 다니곤 했었습니다.

 

보통 외국계 기업은 사내 업무용으로 쓰는 PC, 그 주변기기 그리고 네트워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있죠. 보통 시스템부서 혹은 네트워크팀이라고 부르는 데, 그 회사에도 그런 부서가 있습니다.  

PC가 고장나거나 프로그램에 에러가 생기거나, 또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등의 자잘한 일들을 처리해주는데, 회사 성격상 중요하거나 핵심인 부서가 아니죠. 때문에 해당팀에서 일하는 직원은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 회사에 자주 다니던 저에게 매우 눈에 띄는 직원이 있었는데, 말씀드린 시스템팀에서 근무하던 친구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정직도 아니고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친구였는데, 워낙 인물도 좋고, 가끔 보는 저에게도 항상 웃는 낯으로 인사하던 매우 싹싹한 친구라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직원들은 그 친구가 친절한 만큼 그에게 같이 일하는 동료로써의 친밀감은 없더군요. 뭔가 어색한 분위기라 그 친구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지방의 무슨 대학을 나왔고,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여기서 계약직으로 근무한다고 하더군요. 

 

그로부터 한 6개월 정도가 지났나? 그간 왔다 갔다 하면서 인사도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지냈는데, 어느 순간 그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인사를 하고 다니더군요. 그간 나름 친하게 지낸 직원들에게 중국여자랑 결혼하게 되었고, 오늘 예비신부와 인사도 나눌 겸 저녁식사 초대를 하고 다니는데, 전부 바쁘다고 거절을 하더군요. 

 

하기야 나름대로 외국계회사라 스스로들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있을텐데, 지방대에, 계약직에, 더군다나 중국여자랑 결혼한다고 하고, 퇴직하고 중국에 가서 산다고 하니, 괜히 시간 뺐기기 싫었겠지요. 당시의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지요. 저는 외부 사람이라 식사 초대 말을 건네지는 않았지만, 거절당하는 그 친구의 눈빛이 너무 안타깝더군요. 아마 예비신부에게 직원들도 인사시키면서 나름대로 나 이런 회사 다닌다고 자랑도 하고 싶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회사에 다니던 선배와 같이 그 친구에게 “결혼한다는 얘기들었다. 퇴직한다니 아쉽다. 우리끼리 환송회 겸 저녁이라도 같이 하자”라고 하고, 저녁에 그 친구와 예비신부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냥 중국여자처럼 생긴 여자랑 같이 있더군요. 통상적으로 하듯이 어떻게 만났냐를 첫 화두로 저녁자리를 했습니다. 그 친구가 캐나다 어학연수를 갔을 때, 중국에서 유학온 그 예비신부와 사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당시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있던 터라, 여자 집이 좀 사나보다 정도로 생각했고, 통상 그러듯이 그 친구에 대한 칭찬을 엄청 해주며 행복하게 살라고 덕담을 해주고 자리를 이어나갔습니다. 그 예비신부도 처음에는 좀 딱딱하고 어색한 표정에서 나중에는 표정도 풀리면서 매우 밝아지더군요. 뭔가 그 친구 얼굴에 먹칠하기 싫은 사명감 같은 것이 저와 선배에게는 있었습니다.

 

저녁을 마치고, 계산할 때가 되자 갑자기 그 예비신부가 계산을 하겠다고 나서더군요. 전 ‘중국사람이 뭔 돈이 있어’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계산을 하였는데, 예비신부가 너무 당황해 하더군요. ‘귀한 손님이니 우리가 내는 것이 도리이다'라는 멋진 말을 해주었더니, 2차로 맥주집을 가자고 하여, 거기서도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하였고, 이번에는 선배가 ‘이 친구 잘부탁드리는 거니 우리가 내는 것이 도리이다'라는 멋진 뒷북을 날리면서 계산을 하였습니다. 

 

헤어지면서, 그 예비신부가 중국에 오시면 꼭 연락달라고 하여, 거듭 고개 숙여 인사하던구요. 

 

얼마 후, 그 친구는 결혼을 하고 중국으로 갔고, 1년 후 쯤 선배는 그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첨부
목록 윗 글 아랫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