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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콜센터 알바의 비애...

MC레이제2

20.12.27 11:12:57수정 20.12.27 11:14:48추천 9조회 3,413

안녕하세요? 짱공 회원님들~

 

저도 오랜 기간 짱공을 해오면서 무서운 글 이외는 게시글을 잘 안올렸었는데, 직업썰 이벤트에 참여 해보고자 합니다 ^^

 

때는 2011년 제가 군 전역하고 몇년 후 콜센터 알바를 했던 당시의 일을 풀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콜센터라고 하면 아웃바운드, 인바운드 2개 시스템이 있는데, 아웃바운드는 카드 만들거나 보험 등 주로 금융쪽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ex 김미영씨..)

 

인바운드는 소위 서비스 접수 개념인데 고객들이 자신들의 고충이나 정보열람, 상담이 필요해 직접 전화를 거는 시스템으로써, 쉽게 상담원 연결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후자인 인바운드쪽, 그나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교육방송 상담 콜센터에서 파견 아르바이트생으로 약 3개월 간 근무했습니다 ^^;; 사설이 길었는데~ 비교적 클레임과 감정노동이 덜 하다는 인바운드, 그것도 교육관련 콜센터에서 일을 했음에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진상들을 많이 경험해본 바 몇가지 사례를 글로 옮깁니다..

 

  1. 1. 덮어놓고 따지기 


해당 콜센터와 연계된 방송사는 교육과 방송을 주관하는 특성상, ‘주말의 명화’ 같은 고전 영화를 틀어주는 TV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한 50대 중, 후반쯤 돼 보이는 목소리의 고객이 전화를 걸어 이 주말의 명화 편성시간을 묻는 겁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검색 한번으로 편성 확인이 가능하기에 우선 초짜였던 제가 그 방법을 안내 했는데(사실 상담 안내 메뉴얼이 그렇습니다..), 자기는 인터넷을 할줄 몰라서 그냥 닥치고 편성표나 읊어보라는 식으로 막말을 합니다 ^^;;

 

뭐 목소리상 저보단 어른이신 것 같고 연세 있으신 분 중 인터넷 사용에 제약이 있겠구나 싶어, 친절하게 원하는 시간대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이야기 해줬습니다.

 

근데 다짜고짜 “야이 새끠야! 지금 그 방송이 안 나가고 있는데 뭔 X소리야~!! 니네 책임자 바꿔!! 바꿔 이 개X끼야!!” 라고 윽박을 지르더군요 ㅋㅋㅋㅋ

 

혹시 실수했나 싶어, 현재 방영중인 화면을 모니터 해봤습니다. 제가 안내해준 그 프로그램이 토씨 하나 안틀리고 방송 중이었습니다..전 이 분이 착각을 하셨나 싶어서 다시 한번 조곤조곤 잘 안내를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계속 욕을 하고 따지시더라고요~ ㅋㅋㅋ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제 윗 사수가 어떻게 설명을 해서 무마를 시킨 것으로 아는데, 알고보니 저희 콜센터와 연관된 방송국이 아니라 지역 유선방송 채널을 틀어놓고 본인이 원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클래임을 건 것이더라고요~~!

 

그냥 뭐 이런 경우는 열받거나 화가 나기 보단 뭐랄까.. 아.. 진짜 앞, 뒤 상황 안보고 그냥 자기 생각하는대로 느끼며 사는 사람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2. “엄마! 이 새끠 이상해~~”

 

계속 언급드리지만, 교육 관련 콜센터이다 보니 간혹 학생들이 전화를 거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날 고등학생 정도 되는 것 같은 음성의 여학생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일단 뭔가 되게 성격이 급하고 설명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질문하는 유형이었어요 ㅋㅋ

 

근데 문제는 자꾸 그게 악순환처럼 반복됐다는 것이었죠 ㅋㅋ 그러다 보니 그 전화한 학생도 화가 나고 저는 또 제 나름대로 답답한 상황이었죠 


급기야 이 학생은 말이 안통한다는 식으로(제 이야기 끝까지 듣지도 않고 ㅋㅋ) 자기 엄마를 바꿔주는 듯 했습니다. 뭐 전화기가 스피커폰 연결로 돼 있었던 건지, 그 엄마란 사람과 대화하는게 다 들리더라고요~

 

“엄마, 전화 받는 새끠 이상해~ 뭔 말을 하는데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 엄마가 상대해봐” 딱 요런 멘트였습니다 ㅋㅋㅋ 전 나름 메뉴얼대로 잘 설명했고 옆에 선배 상담원분도 별다른 실수를 하거나 이상 없는 상담이라고 사인을 보내주셨는데.. 순간 제가 이상한 새끠가 돼 있었습니다~

 

애가 어디 조기 유학을 다녀왔던건지.. 그냥 음성만 들었을땐 한국말 발음이 이상했던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엄마란 사람의 대답은 대충 잘 알아듣고 해봐 였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뭐 어린 나이에 그럴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엄마한테 이새끠 저새끠 하는 학생이나 그걸 지적하지 않고 니가 알아서 하란 식으로 방관하는 그 엄마나.. 교육방송 보면서 좋은 대학가려고 교육 듣는 친구가 참 뭐랄까 기본적인 인성 형성도 안됐다라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3. 스토커 유형

이건 주로 여성 상담원 분들이 많은 겪는 고충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성희롱 발언이라던가 이런게 넘치던 시절이었고 그보다 더 쎈 수위가 있었는데.. 스토커 유형이었죠

 

문자 그대로 한 상담원만 집요하게 고집합니다 ㅋㅋㅋ 김미영 상담원이라고 하면, 다른 상담원의 콜로 연결되도 “야 김미영 상담원 바꿔” 뭐 이런 식이죠 ㅋㅋ

다른 콜센터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연결된 콜은 담당 상담원이 처리하는 게 원칙이고, 해당 상담원분이 출근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터라 좋게 좋게 저희가 설명을 해드리겠다 라고 타이르면 그때부터 들어보지도 못한 쌍욕과 고성이 터집니다~~ㅋ

 

뭐 상담센터를 찾아서 다 죽여 버리겠다, 김미영 안 바꿔주면 청와대에 민원 넣는다(청와대 청원이 없던 시절..) 등등 아주 버라이어티한 지X을 떨었습니다 ㅋㅋ

 

웃긴건 그러다 가끔 김미영 상담원이 직접 받거나, 어쩔 수 없이 연결해주면 그 분한테는 무슨 연인처럼 되게 달콤한 멘트를 날리거나, 상담과는 전혀 관계 없는 질문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ㅋ

 

제가 3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단기 알바로 일했던지라 그 이후의 상황은 전해듣지 못했지만, 콜센터 법이 강화되고 진상들에 대한 차단 조치가 좀 더 강화된걸로 알고 있어, 그 분은 경찰 고발을 당했을 수도 있고 본인이 겁먹고 더 이상 스토커 짓을 하지 않았을 것 같네요

여기까지 그냥 몇가지 사례로 콜센터 알바 당시 겪었던 진상썰을 풀어봤습니다 ㅋㅋ

 

지금은 그나마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교육 관련 콜센터에서 그것도 인바운드로 근무하면서도 위의 사례 말고도 무수히 많은 진상들을 상대해봤습니다.. 물론 교육자 분들은 정말 매너도 좋으시고, 모두를 일반화 시킬 수 없지만 그 짧은 기간 일을해보면서..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일한다는 것이 어떤건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금도 감정노동의 현장에서 인내하고 일하시는 모든 상담원분들께 감사를 표하면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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