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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하지만 사실적인 헤어짐

콜필드홀든

21.01.08 09:58:42추천 10조회 4,867

1

 

 4년전 날씨가 화창한 어느 봄날, 강남 한복판 차 안.

두어 달 간의 이별의 과정 중 ‘이제 정말 끝났구나’라고 느꼈던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너를 차에서 내려줬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여 큰 길까지도 못가고 길에 세웠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가슴을 부여잡으며, 괴로워 했다. 내 머리에서는 ‘괜찮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되뇌였지만 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부정당한 그런 기분 이였을까. 가장 밑바닥이 건드려 진 것 이였을까. 

 그렇게 나는 33살에 남은 평생을 감옥 가라는 재판을 막 들은 피고가 된 것처럼 억장이 무너지고, 소리 없는 절규를 했고, 동시에 차안의 유리가 꽤 튼튼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하루하루 숨쉬는 것조차 나를 힘들게했고, 나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고 그리고 나의 과거에 모든 것들을 부정했다 그렇게 나의 존재는 희미해져갔다. 

 

 주변의 친구를 포함하여 누군가에게 약속을 잡거나 할 때 그 날은 시간이 안된다 라는 아주 조금이라도 부정당하는 그런 기분이 들면 그때의 증상이 나타나고는 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얼굴을 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꼈었다. 그럴 때면 식은 땀이 흘렀고, 공포감에 휩싸였다. 살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따른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조금 괜찮아지는 듯 했다. 나는 방황하면서도 이제 누군가에게 거지같은 위안을 받지 않고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만성적인 무기력증은 언제나 나를 괴롭힌다

 

2

 

 그 다음 나의 시련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내 일을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고 스스로 떳떳함을 가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제껏 가짜로 나를 둘러싸고 있던 그런 포장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그런 것들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겠다라는 나의 판단과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나의 집착이였다. 성공한다는 것은 또한 나의 자연스러움을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성장하면서도 죽어갔다. 그리고 일은 나도 너도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떳떳하고자 내 모든 것을 일에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내게는 진실의 문제였다. 나는 진실하게 일하고 싶었다 진실하게 살고 싶었다

이제껏 남들한테 그럴듯한 모습만 보이던 내가 아니라 진짜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해왔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졌을 때 쯤 내 안에는 이제 나를 의심하는 것들은 거의 없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

 

  그때 내가 너의 마음을 지금처럼 이해할 수 있었다면. 그럴 수 있었다면. 난 아직도 너를 내 안에서 죽이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나는 내 머리속에서 “~할 수 있었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알아서, 금새 내치고는 한다. 살면서 “~할 수 있었다면” 을 어디까지 적용시킬 것인가? 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그러나 공기 없이 단 1초도 제대로 있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 이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표면적인 몇 가지 관점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평생을 살며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모든 인과에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수없이 겹쳐져 있으며, 우리는 그런 의미와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기도 그 이유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기 자신이 고통스럽다면 우리의 자정작용에 의해 스스로 죽이기도 하는 모습이다. 

 

 이 자리에 있기 까지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의미부여일 수도 있다. 

나는 내 삶을 다시 잘 살아보고자. 아니면 나한테 남아있는 그 무엇 하나도 사랑할 수 없어서. 그러기에는 나는 내 스스로가 너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를 죽이고.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그것에 만족하면서도 죽어가는 원래의 모습 때문에 내 안은 또한 지쳐갔다.

 내가 만들고 있는 일에 대해 열중하고, 힘겨워 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그곳에는 이제까지 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고, 내 존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지점에 집중시키는 경험이었고, 또한 즐거웠다. 왜냐하면 나를 더 좋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노력한만큼 다른 사람들의 안일함은 그전보다 더 선명하게 나에게 다가왔고, 거기서 오는 우월감과 답답함들은 나의 정체성에도 잘 맞았다. 

 그리고 또 내가 ‘소유’하고 있는 일은 사람처럼 나를 배신하지 못할거라는 나의 퇴행적이고 유아적인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내가 그런 이유는 그녀와의 헤어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원리이다. 어떤 인연이 객관적으로 자신의 헤어짐을 이해하겠나. 그건 사랑이 아니라 그냥 게임이나 웃기는 사회활동에 불과할 것이겠지.

 

4

 

지금 이 순간. 내 무의식이 내게 말했던 것처럼 너를 이해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어. 그건 너한테도 나한테도 마찬가지야. 그냥 널 보내줄 걸 그랬어. 금방.  4년이 지난 지금 에야 이런 마음을 내가 받아 드렸다는 사실이 나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사람 감정이라는 건 참 무서운 건가봐. 감정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누군가에게. 그건 사랑이 아닌거야. 나는 사랑을 하면서도 내 스스로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어.  

 

 지난 몇 년 간의 치열한 삶의 훈장들이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과업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차라리 성장하지 않고 너와 평범하게 늙어가는 상상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내가 시작한 이 모든 일들. 기나긴 여정이 끝난다면, 한번 쯤은 만나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가까운 내 지인은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는게 아니라는데, 나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고싶으면 볼 수도 있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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