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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릴때 생각나는 그녀 (낭만중개사J)

낭만중개사j

21.04.04 05:00:21수정 21.04.04 06:02:26추천 11조회 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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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나는 비가 오는날을 좋아 하지 않는다.

20대 중반까지는 비 오는 날, 떨어지는 비를 보며 혼자 만의 공상속에 빠져드는 것이 좋았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감상에 빠져드는 것이, 내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를 먹을 수록 감수성은 사라지고, 당장 내일 먹고 살 것만 고민 하는 내 모습을 보니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 해 진다.

누구나 비오는 날에대한 추억을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비와 관련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가슴속 각인된 추억은 지금으로부터 9년전 2012년 3월달 일본에서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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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21살 유학생이었고 경제적 이유로

일본유학을 접고 군에 입대를 위해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 하고 있던 시기 였다.

그렇게 차가운 봄비가 내리던 저녁, 친구A에게 전화가 왔다. 요코하마의 중화거리에서 같이 저녁을 먹자는 것 이었다.

A 그녀는, 나와 친했던 같은 과 동기였고 순수하고 마음씨 좋은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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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나는게, 당시 난 사설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일본 기숙사는 온돌이 없기에 겨울만 되면

방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다. 그렇게 덜덜 떨고 있는 나에게

이거라도 끌어안고 있으면 조금은 도움이 된다는 말과 함께

뜨거운물을 담은 1.5L 페트병 2개를 건네준게 생각난다. 당시에는 한편으론 황당했지만 고마웠다.

또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그녀와 내가 서로의 가족에대해 이야기 하다가

그녀가 자기는 밤에 자기전에 항상 아버지를 위해 기도 한다고 말한게 기억이난다.

내가 그 이유를 물으니, 그녀의 아버지는 뱃일을 하시는데 그 일이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그 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왕왕 비명횡사 하시는 일이 잦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나도 그녀도 21살 꼬맹이 였지만 그녀는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그래도 우리는 성격이 잘 맞았고 서로 타국에서 의지 하며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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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도 없었고, 이제 군대에 가버리면 친구들과 만날 기회도 많이 없다고 생각해

전철을 타고 요코하마 중화가로 갔다.

그렇게 그녀와 비오는날 요코하마의 중화가를 걸으며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사진도 찍고 별거 아닌걸로 웃고 즐거워하고 저녁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자. 그녀와 나는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걸으며 전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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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이제 오늘 이후로 나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왜 그녀가 나에게 그런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A와 나는 정말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분명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을거고, 21살 남녀 사이에 단순히 친한 친구라는 것은 불가능 한다는 것을

그녀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를 먼저 전철을 태워 보내고, 난 한참을 혼자 그 거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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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일 후 나는 완전히 한국으로 귀국했고 2012년 6월 육군에 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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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어색하고 불편했던 훈련소 첫 날밤

거칠고 까끌까끌한 모포속에서 여자친구를 생각했다

'그녀가 21개월동안 날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다른 남자를 만나지는 않을까?......'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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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여자친구가 아닌 A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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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나를 보며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깨닳았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은 A였다는 것을

아니 이미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여자친구 버리고 친구랑 바람났다는 그런 주변의 눈초리를 받기 싫어

속마음을 억누르고 본인의 감정을 부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참고로, 여자친구랑은 입대후 6개월만에 환승 이별을 당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당시 이미 나는 훈련병이었고 그녀도 나와 완전히 연락을 끊어 버렸는데

그렇게 9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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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봄비가 내리던 3월 밤 그녀와 그 거리를 걷던게 생각이난다.

그후 그녀를 만난적이 없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녀도 결혼 하고 잘 살고 있겠지

 

 

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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