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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 산다는 것을 체감했을 때

한국조폐공사

22.11.24 14:43:26수정 22.11.24 14:51:25추천 9조회 17,241

사람들이 흔히 우스갯소리로 

 

부자들은 요플레 뚜껑을 햝아먹지 않고 버린다느니

 

콜라만 먹고싶은데 배달이 안되면 피자를 같이 시켜서 콜라만 먹는다느니 

 

이런 허언증 갤러리용 이야기들을 하는데 사실 그 말 뒤에 숨겨진 페이소스를 곰곰이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어차피 나와 다른 세계라고 막연히 인지했기 때문에 부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2000년 후반 이후로 부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PPL 하는 TV프로그램은 한번도 본적이 없고

 

지금 유행하는 모든 프로그램들도 취향에 맞지 않아 아예 TV를 없어버린지가 10년이 지났다.

 

중, 고등학교까지는 주변에 부자 친구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였고, 무리지어 노는 패거리에는

 

나와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이나 그보다 못한 친구들이 많았고 그 중에서 부자인 친구들은 자기의 삶을 과시하거나

 

우리와는 차이가 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원래 무리라는 것은 동질성을 추구하니 만약 있었다고 해도 티를 내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대학교를 들어가니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사수만에 들어간 대학교 동기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전문직/교수/정계 인사라는 배경이 있었고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를 둔

 

나같은 중산층(나는 중산층이라 생각했다) 계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였다.

 

한달에 80만원이라는 거금을 용돈으로 받았던 나는 45만원이였던 월세를 제외하고 나머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였고

 

그 돈은 혼자서 생활하기에 결코 작은 돈은 아니였다. 밥은 학식(4500원)으로 해결하고 교재비는 선배들 책을 빌려서

 

사용하면 되니 돈 들어갈 일은 가끔씩 시험끝난 후 소소하게 마시는 주류비정도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자친구도 없었으니(또르륵) 도박질만 하지 않으면 금전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을것 같았다

 

한가지 생각하지 못한점이 있었다면 교우관계를 위해 밥은 여럿이서 먹어야 된다는 점과 과에서 가끔씩 걷어가는

 

과 회비 및 기타 활동비정도였는데, 밥 먹는데서 나는 일차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점심시간이 1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가까이에 있는 학식을 선호했고, 메뉴가 마음에 안들면 주변에 있는

 

패스트푸드에서 런치세트로 점심을 때웠는데, 함께 어울리며 공부했던 동기들은 학식이나 패스트 푸드을 크게 선호하지

 

않았던 것이다.

 

항상 점심시간전 주변 맛집을 체크하고 차를 타고 먹고 오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배달을 시켜서 먹었는데, 내가 생전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브랜드의 음식점이였고 가격 역시 만만찮았다. 

 

첫 몇번은 자금적 여유도 있고 해서 같이 어울려 먹고 놀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식 가격의 3배를 웃도는 점심, 저녁값이

 

부담되기 시작했고, 돈이 모자라겠다 싶으면 없는 핑계를 대서라도 학식에서 혼자 점심을 후다닥 먹고 오곤 하였다.

 

워낙 입시공부를 오래해서 혼자 밥먹는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 바닥에서는 

 

혼자 공부하는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 단체 속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공유받아야 했다.

 

물론 머리좋은 놈들은 독고다이로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4수까지 해서 나이가 제법 됐고, 머리도 안좋았던 나는 무조건

 

졸업이 목표였고, 동기들과 어울리면서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밥 먹는 부분이나 다른 부분에서

 

동기들과 심각한 괴리감을 느꼈던 것도 아니고, 나는 나대로의 삶에 만족했기 때문에 다른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같이 뭉쳐지내던 3명의 동기들은 성격도 좋고 착하고, 전부 나보다 나이가 어려서 형님 대접을 받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람이 도움만 받고 살수는 있는가. 그 해 시험을 무사 통과한 기념으로, 그 친구들에게 한 턱 내기로 마음먹고

 

겨울방학 전 전부 불러모았다. 

 

십만원 정도의 여유가 있었던 나는 술값, 고기값을 포함해서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명x 진사갈비집을 회식장소로

 

정했고,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던 동기들은 흔쾌히 OK를 하고는 저녁때까지 그곳에서 모이기로 약속을 잡았다.

 

제일먼저 도착한 나는 테이블을 잡고 고기를 올려 세팅을 시작했고, 그 후 하나둘씩 모여들어 같이 고기를 굽고

 

술 한잔 걸치며 화기애애하게 뒷풀이를 즐겼다. 아니, 뒷풀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맛있다고 넙죽넙죽 집어먹던 고기 조각들을, 그 친구들은 딱 두 점 먹고나서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고기쪽으로 손을 데지 않았다. 사이드로 나왔던 약간의 샐러드와 맥주만 마셨을 뿐 고기가 탈 때까지

 

고기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처음 한 점 입에 넣었을 때 지었던 그 표정, 원래 눈치 없는걸로 유명한 나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셋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무언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형, 지금 이거 맛있다고 드시고 있는 거예요?"

 

 

먹는걸 좋아하는 나조차도 그 순간부터는 도저히 고기쪽으로 손이 가지 않았고 간간이 리필해온 음료수와 맥주를

 

번갈아 마시며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날정도로 피상적인 말을 나누면서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고기가 타들어갈수록 내 마음도 타들어갔다. 이유없는 괴리감과 함께

 

두어시간은 거하게 마시고 끝날 것 같다는 예상은 깨지고 1시간도 되지 않아 회식은 파토가 나버렸다.

 

도저히 2차를 가자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은 나를 뒤로하고 그들은 즐거웠다는 웃음을 지으며 다음 학기에 보자는

 

인사를 날렸다.

 

 

“형 오늘 잘먹었어요. 다음학기에 봬요!”

 

 

대리기사와 함께 브랜드도 모르는 외제차를 타고 사라진 그들은 보면서 나는 담배를 연거푸 태우며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맛없는 고기도 팔고 있다는 사실을

 

도미노 피자가 화요일에는 40% 할인한다는 사실을

 

핸드폰 포인트를 사용하면 웬만한 제과점은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VVIP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연 6회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포인트 카드를 만들면 적립을 받고 페이백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태까지 그런 것 없이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 테니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를 괴리감과 이질감이 느껴졌다.

 

단순한 입맛 차이일수도 있는데…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돈을 많이 벌면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뭘까…

 

대기업 재벌 3세들과 노는 것도 아닌데 뭔 꼴값만 떨고 있는건 아닐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해서 즐겨먹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음식이 아니라 혐오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냥 좀 서글프다…

 

그 친구들과 같은 세상, 같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그 차이는 변하지 않겠지…

 

 

 

오늘도 대형마트에서 할인상품으로 떨이하는 식은 닭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며

 

BBQ나 BHC를 혼자서 시켜먹고 남으면 쓰레기통에 버렸던, 그 친구들을 생각하다가 기억이 나서 끄적끄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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