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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떠난 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면죄자

11.09.15 00:16:30추천 12조회 1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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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떠난 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톡톡 > 나억울해요| thfro (판) 2011.09.14 20:46 조회13,335 스크랩9  

안녕하세요, 저는 17살 고등학생입니다.

이런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고 어말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몇 번을 썼다 지워보기도 하고, 글을 쓰는 게 맞을까 가만히 있는 게 맞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다면

이 어수룩한 글을 몇 번이고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1년7월28일,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왔었을 때였습니다.

그날 아침도 큰 소리로 천둥이 치고 비가 많이 왔던 날이었습니다.

일어나보니 저에게 문자 한 통이 와 있었습니다.

'어제 윤지네 동네에 비가 많이 왔대. 윤지가 여기에 없대.'

그때 저는 '무슨 장난을 이렇게 치나?'라고 생각하고 문자를 보낸 친구한테 전화했습니다.

"그래. 그래서 윤지가 어딨는데?"

 "…."

"병원에 있대?"

"…."

이 무서운 침묵이 윤지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전화를 끊고 윤지에게 전화했습니다.

TV에서는 폭우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보도가 계속 나오고, 윤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울음 섞인 전화에 저는 두려워졌습니다.

느껴 보지 못했던 두려움에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 멋진 남자친구와 같이 놀러 가기로 했고,

윤지가 스튜어디스가 되고 저는 의사가 되어 일하고 나이가 들면

서로 같은 동네에 살자고 했던 그 꿈이 무너졌습니다.

꿈이 무너져 마음에 쌓이고 진정되지 않은 마음을 이끌고 친구들과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윤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수업시간마다 윤지의 빈자리를 느꼈고,

다른 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윤지가 없는데도 웃는구나, 내가 윤지가 없는데도 내가 할 일을 하는구나 '

하면서 자책 아닌 자책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책으로 끝내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한탄에 불과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지역, 저희 지역과 가까운 지역들 모두 비 때문에 큰 피해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윤지는 억울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피해는 ‘한전의 철탑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철탑 공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길’ 때문이죠.

전문가들이 안전하게 길을 내고, 그 길을 이용했더라면.

혹은 안전하더라도 비가 많이 올 것을 대비하거나

다른 천재에 대비하여 안전 대책을 마련해놓았더라면

윤지가 떠났을까요?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산사태라면 왜 윤지네에만 흙이 내려앉았겠습니까.

 

철탑공사를 하기 위해 허가 되었던 길이 변경되어 윤지네집 바로 뒤로 길이 나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변경 전 도로는 인가도 없고 전혀 출입이 없는 계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고가 났더라도

인명 피해도 없을 것이며 사고가 난 지점이 윤지네의 펜션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 길을 이용했으면 됐을 것을, 토지소유주와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변경하겠다는

한전의 공문 한 장으로 변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의한 주민은 아무도 없는데 무슨 근거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건지,

무슨 당당함으로 그런 기만을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봐도 허술하고 인재로 보이는 이 일이 천재지변으로 덮이고 있습니다.

 

길을 만든 시공업체 말대로 길이 도면대로 완벽하게 했다고 하면 도면이 잘못된겁니다.

 그토록 경사가 심해서 작업하는 차량 조차도 수차례 전복되고

배수를 위한 시설 하나 없는 길이 흙주머니 몇 개 쌓는걸로 허가가 났다면

한국전력공사라는 거대한 회사에서 공사의 기본인 토목공사를 무시하고

사람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원가절감이나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국민들에게 행한 만행 인겁니다.

 

윤지가 사고를 당한 날,

사고나기 2시간 전에 현장소장이라는 분이 내려와 걱정하는 윤지 부모님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전 하니까 마음 편히 주무셔도 된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윤지는 영원히 편히 잠들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왜 사고 난 다음 날에서야 부랴부랴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비닐을 쳤을까요?

 제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전에는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을까요?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조금만 가족처럼 생각했더라면 제 친구가 억울하게 눈을 감았을까요?

 

이제는 윤지를 위해 인재를 자연재해로 그냥 덮어버리려 하는 한전과 시공 업체 등 관련자들의

부도덕한 양심을 꾸짖고 힘없는 개인의 억울함을 정부에서 혹은 공정성 있는 기관에서 알아주고

명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윤지의 가족들은 사고가 난 집을 떠나서 다른 집을 마련하셨는데,

제 친구들 모두 어제 윤지의 가족을 찾아뵈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전처럼 말도 많이 하시고 저희 장난도 받아 주시지만,

가끔은 씁쓸한 눈빛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님께서

"나중에 윤지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윤지랑 놀아 주려고 했는데 ‘나중이’ 없더라."

라고 하시는데 목이 메었습니다.

어머님은 소송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모두가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 될 거라고 합니다.

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개인이 아닌 한전과 시청을 상대로 긴 소송을 해야 합니다.

이 어려운 일을, 이 무서운 일을 저희 친구들이 다 같이 힘을 보태 이겨 내려고 합니다.

 

제 친구 윤지의 일이 억울하게 끝나지 않게 ,

이 일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나지 않게 관심이 가져주세요.

 

이런 일에 대한 지식이 많으신 분 들이나, 이런 일을 겪으셨던 분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다시는 사회에서 개인에게 이런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련 기사 링크 :

 

http://pann.nate.com/talk/312844835

다건 11.09.15 00:30:11

강한자의 여유에 분노가 느껴지고 눈물이 나는건 정상이겠죠??
부모님께 말씀올립니다. 삼척을 보셔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습니까..

뜨거운안녕 11.09.15 00:43:19

첫사진보고 너무이쁘다고 생각했는데.. 고인의명복을 빕니다

오크레이디 11.09.15 00:54:26

한전보다는 시공사가 잘못이네. 발주처는 민원짜증나니까 시공사한테 피해없게 하라고 오다내리고 뭐 시공사도 원청은 자기들이 실질적으로 돈이 안깨지니까 하청시키는데 문제는 하청업체들이 시키는대로 하면 돈엄청깨지고 요즘 하청업체들은 저가로 공사들어가기떄문에 왠만하면 그냥 넘기는게 거의다임

yswing 11.09.15 01:14:58

아 진짜 이글 추천할라고 간만에 로그인합니다. 진짜 글씨 하나 하나에서 친구의 마음을 절절히 느낍니다. 너무너무 안타깝습니다......

프리무라1 11.09.15 01:15:36


우리나라 사람들 특징이 참 웃기죠?
일이 터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는겁니다. 성수대교 떄도 그랬고 삼풍백화점 붕괴, 천안함, 등등.

애초에 후한이 없도록 대비를 잘해뒀으면 되는데 말이죠.
그 옛날 중국 공자가 이런말을 했었죠.
' 사람이 앞을 내다보는 눈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미래에 근심이 생기게된다'

어쩔수가 없는것같네요. 일이 터지고나서야 후회하고 준비하는 우리나라 국민성은..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괜히 생겼겠습니까?

hanin 11.09.15 03:36:27

안타깝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저질러 진다는 사실이 더욱 슬프다...

절묘한운빨 11.09.15 08:13:24

뭐라 할말이 없다 진짜..

잠만동 11.09.15 13:17:20

추천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sekay 11.09.15 21:25:0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__)

푸른랑 11.09.16 00:59:11

어린 나이에 사람에게 너무 일찍 실망할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한심하죠. 미안합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쁜놈이라 욕하는 힘있고 뺵있고 남을 기만하는 나쁜 어른들이 존재하는 이유

저희가 그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언제든 그 대열에 기꺼이 끼려고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런 저희들을 용서하세요. 저희같은 어른이 되지 마세요.

강순옥 11.09.27 00:08:30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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