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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요?

슬로터로스

20.04.27 02:47:31추천 15조회 2,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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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도 벌써 1/3이 지나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네요.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고 하지만 제가 요즘 슬럼프가 온게 아닌가 싶네요.
원래 제가 이런 성격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성격이 변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고, 친구 사귀길 좋아하고, 앞에 나서고 감투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요.
지금은 누구를 만난다는 것도 귀찮고, 어느순간 주말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게 되버렸습니다.

저를 소개하자면 저는 이제 겨우 36살 짱공 형님들에 비하면 비교적 어린나이겠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생활도 벌써 쉴틈없이 10년을 했구요.. 중소기업에 다니지만 회사에서도 나름 입지를 갖고 있고 인정도 받고 있습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어요. 만나는 사람도 없구요. 이제는 이성 만나기도 힘들구요. 일이 프로그램 개발쪽인데... 회사 직원중 여직원은 두명정도로 여자를 만날일이 없습니다. 소개팅도 최근까지 받아서 1년에 2회~3회는 하는 것 같은데 소개팅으로 잘된적이 없네요. 아무래도 제가 매력이 없어서겠죠.
일은 힘들게 합니다. 삼성등의 대기업에 들어가는 일이고 회사 자체가 작은회사이다 보니 을~병 수준으로 일을 합니다. 20대의 친구들에게 고개숙이고 죄송합니다 하는 경우도 허다한 일이죠. 말도 안되는 스케줄이나 말도 안되는 요구가 오더라도 회사에 얘기해봐야 해주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때문에 저는 수긍하고 처리를 해줘야 합니다.

일은 밤 10시가 넘어서 끝나는 경우도 태반이고 평일은 거의 일하고 잠만자고,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는 않습니다. 연봉 수준은 친구들과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인거 같고, 야근이나 주말근무 한다고 따로 돈을 주지는 않아요... 이런점은 제 스스로도 불만이 있습니다. 다만, 바쁘지 않을때는 일주일씩 휴가를 주기도 해서 나름 수긍하고, 바쁠때는 바쁜만큼 해주자 라고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
저는 외아들이고 부모님은 이혼하셨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고 이혼하시긴 했지만 그때 회사 출장을 가야했는데 진짜 모든걸 던져버리고 싶더라구요.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두분 모두 잘 살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그 이후로 아버지 혼자 있는 집. 어머니 혼자 있는 집에 잘 가지 않습니다. 연락은 매일 드리는 편 입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고 제가 가까이 있지 않으니 불안한 것은 있습니다. 주말에는 친구들이 제 집에 자주 놀러왔는데 모두들 결혼을 하고 어느새 저만 남게 되었네요. 이제는 친구들도 잘 놀러오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아내들 눈치를 봐야하니 약속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제 스스로도 그런게 눈치보이고 연락을 잘 안하게 됩니다. 사실 꼭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혼자 열심히 일을하고 살고 있습니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듭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지? 숨만 쉬고있지 이게 사는건가? 내 목표는 뭐지? 매일밤 잠이오지 않아 다소 중2병에 걸린 것 같은 물음을 잠자리에 누워서 계속 던집니다. 이게 또 결론이 없다보니 스스로 우울감에 젖기도 합니다.
내일은 월요일이죠. 평일은 힘듭니다. 하지만 주말보다 좀 더 나은 것 같아요. 할일이 있고 시간도 빨리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나서 제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공허함만이 가득찬 느낌입니다. 취미가 뭐였는지도 잊어버렸네요. 배우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도 없게 되었고, 이성을 만나고 연애를 하는 것도 이제는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인생에서 일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인가? 하지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
어느 순간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아 버렸습니다. 차라리 이것저것 꼬일대로 꼬여버린 인생이라면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노력했을탠데 제 인생은 세상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채 걷고있는 것 같습니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보다 힘든분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분들도 많고,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그런것을 보면서 위로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타인이 더 힘들다고 내가 안힘든것은 아니고 그런것으로 위안삼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스스로는 너무 우울감이 심해서 일할때를 제외하고는 이제 아무것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왜 일을 하지? 라는 물음의 답을 찾지못해 그냥 내일부터 모든 연락을 끊고 잠수해 버릴까 라는 생각도 잠깐씩 머리속을 스칩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정말 지금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는 일이라는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간이 작아서 그런일은 꿈도 꾸지 못할 겁니다. 또 지금 이렇게 잠들더라도 내일 여지없이 출근 할 겁니다.

너무 두서없고 장황하게 글을 써내려 온 것 같네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일은 하고 있는데 목표가 없고, 즐거움이 없고 미래가 없는게 두렵습니다. 어떻게 어떤방식으로 타개해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스스로 늪에 빠진듯 허우적대고 있는 현실 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착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고 제 스스로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인생 선배님들.. 같은 고민을 겪었던 후배님들도 좋습니다.

부디, 이런 저를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깡과힘 20.04.27 05:10:16

선배도 후배도 아니지만 친구야
우울함은 우울함으로 넘기고,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면된대
대체로 괜찮은 사람들이 그런거처럼
너의 글을보면 안될 것 같다 늦은 것 같다
이런게 많은데 열심히 살다보면 기회는 분명히 오니까 놓치지말고 잡어
연애든 돈이든 당장은??목표가 없는것처럼 느껴져도 분명 이룰수 있는 일들이 생길거야 정말이야 내가 그랬듯이 너도 그럴거야

슬로터로스 20.04.27 12:35:43

좋은글 고마워 친구야

모드스타 20.04.27 06:57:57

선이라도 보셔서 가족을 만들어보세요.
애가 생기면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집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자식을 보고 살게되죠. 가족을 만들면 죽을만큼 힘들지만 그것보더 더 소중하고 행복해 집니다.

슬로터로스 20.04.27 12:38:20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할까요 누군가를 또 짊어지게 되는것도 부담이네요. 내가 누굴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나하나도 버거운데... 그리고 이성에게 데여본 경험이 많아서 여자 자체에 대한 약간의 공포감도 있습니다. ㅜ 좋은 방법이긴한데 제가 너무 불만만 많네요

무한로가 20.04.27 15:51:16

누굴 -행복하게 해줘야지'만 한다는 생각은 왜해요. 그냥 같이 놀 친구들, 여자들 만들고 놀면되지. 글구 짱공에는 이성한테 데여본 적도 없는 분들도 천지삐까리..라네요.

딱지라로스 20.04.27 11:31:57

저는 35세입니다 제 속에 있는 말들을 훔쳐 작성하신 것 같네

요 요새 제가 딱 형님과 같은 상태입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

고 물 흐르듯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네요

확실한 느낄 수 있는 것은. 형님은 분명 좋은 사람일거라는

거에요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처럼 별 의미없는 것

같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어떻게든 되있겠죠

모든일에 정답은 없지만 풀지 못할 것도 없잖아요?

힘내요 우리.

슬로터로스 20.04.27 12:41:37

이렇게 또 위로를 받네요. 좋은 사람이란게 어떤기준 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좋은사람에게 인정받으면 내가 좋아보인다고 할까요? 짱공유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공감해주시면 저도 같은 무리에 섞여있는 기분이고 그게 힘이 됩니다.

이렇게 따뜻한 격려의 글을 적어주시니 분명 좋은사람일태고 그런분이 좋은사람이라고 해주니 저 역시 좋은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백마탄궁예 20.04.27 13:22:05

저도 똑같은 고민이네요 저도 36입니다. 힘내세요

슬로터로스 20.04.28 21:01:25

네 같이 힘내요!

시발색햐 20.04.27 15:55:47

힘들고 심심하고 얘기할 상대가 없으니 스트레스 쌓이고 왜사나 싶고 쳇바퀴같은 일상도 지겹고 앞으로 미래도 안그려지고 친구들 만도 그때뿐이고 집에 가는길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복합적으로 그럴거야

나도 그랬어 그거 외로워서 그런거다?
그거 방법없어 미친듯이 소개팅이나 동호회같은대 가서 너의 반려자 또는 너의편이 될수 있는 여친 만들어봐

난 결혼하고 애둘이 있는대도 앞으로의 일이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맘이 허해.. 근대 내옆에 내편이 있는거만으로도 그 허함이 많이 줄었어.. 반려자를 찾도록 목표를 틀어봐

슬로터로스 20.04.28 21:12:46

어찌보면 방법은 정해져 있네요. 내편을 만드는것... 허한 마음을 채우는것. 노력해볼께요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마가린522 20.04.27 16:48:46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는 고민을 하는건 어찌보면 장단점이 모두 있는 일인것 같습니다.
그 고민으로 하루하루 우울감에 빠져 본인 생각처럼 어디 잠수라도 타버릴까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뭔가 목표를 세우고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아무런 고민없이 하루하루 소모해버리고 어느새 돌아보면 이룬거 하나 없는, 혹은 불안한 미래를 대비 할 수 있는 대책하나 없는 사람들 보단 낫지 않을까요?

사람을 만나는것(연애)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니 일단 미뤄두고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평소에 관심없던 것에 관심을 가져보는거죠. 물론 관심이란게 없으면 흥미도 없고 알아볼 이유도 없겠지만 관심이란건 예전에 없다가도 또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저는 술을 잘 못마시고 즐기지 않지만 미드 하나를 보다보니 주인공이 클럽 사장인지라 양주를 마시는 장면이 자꾸보여서 갑자기 양주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생각으로 알아보니 위스키, 브랜디, 럼, 데킬라, 진, 보드카 등의 유래가 재미있고 독한 술임에도 브랜디 하나 사서 마셔보려고 알아보고 있습니다. 얕은 깊이의 인문학 책도 재미있어서 읽어보고 있구요. 내가 모르고 관심없던 것들이지만 내 경제 수준 안에서 조금씩 해볼 수 있는 나만을 위한 것들을 찾아보는건 어떨까 싶네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것이 무엇을 위해 사는 일인지 정의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현재를 즐기는 방법에 더 가깝겠죠. 하지만 내 스스로가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무엇을 위해 살까라는 목표도 세우기 힘들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는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려고 다들 돈도 벌고 사람도 만나고 취미도 하고 그런거 아닐까요?

슬로터로스 20.04.28 21:34:12

관심이 없던것에 관심을 가진다라.... 사실 사람을 만나는건 쉬운일 같지만 쉬운게 아니죠. 또한 그것 역시도 노력대로 되는게 아니라 다른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지금의 제 상황에서는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크게 상처받을 수 있고, 글에 적었듯 소개팅도 꾸준히 하고 있고 연애를 안하려고 안한게 아니라 못한거니까요,. 많은 분들이 연애를 얘기해 주시는데 제 생각에는 마가린님의 글이 제 상황에 맞는 것 같네요. 주변을 돌아보고 제가 할수 있는 취미부터 먼저 찾아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우선은 이 우울감과 무기력증부터 떨쳐내야겠네요.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마가린522 20.04.29 10:26:06

네. 관심이 없던것에 관심을 가지는것도 말이 그렇지 쉽게 되는일은 아닐겁니다. 저의 경우는 어떤 계기로 우연히 호기심이 발동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사례니까요. 하지만 슬로터로스님 자신을 위한 시간이나 활동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장 가볍게 시작해볼수 있는게 자전거 타기 정도 아닐까 싶네요. 컴퓨터를 끼고 사시니 게임이나 영화, 독서 같은 실내 취미보다는 외부에 나갈 수 있는 가벼운 활동이 좋을거 같습니다. 100만원 넘는 고가 자전거, 쫄쫄이 져지도 필요 없습니다.(헬멧은 필요 ^^) 저는 접이식 미니벨로 타고 출퇴근도 해보고 마트에서 간단한 장도보고 휴일이나 날씨좋은 저녁엔 동네 산책하거나 강변 자전거 도로도 다닙니다. 그러면서 평소 몰랐던 사는 동네의 모습도 보고, 하천이나 강가도 거닐며 경치 구경도 하고 사람들 운동하는 모습도 봐보세요. 내 관심사의 확장은 삶에 있어 아주 긍정적 요소라고 봅니다 ^^

오후내내 20.04.27 19:39:06

프로그램 개발이라는걸 보니 하루종일 답답한 공간에서 컴퓨터앞에 앉아서 안움직이고 일할텐데 몸을 움직이는 취미활동을 가져야합니다

슬로터로스 20.04.28 21:36:21

네 맞습니다. 거의 컴퓨터를 달고살죠.... 그렇다보니 취미도 자연스래 컴퓨터가 되어버렸는데.. 사실 저도 노력은 많이 해봤습니다. 혼자 퍼즐도 맞춰보고 프라모델도 해보고 혼자 할 수 있는 가장 쉬운것부터 취미를 찾아봤죠. 하지만 그때뿐 그렇게 흥미는 가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이겠죠. 좀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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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터로스 20.04.28 21:07:19

일만 선택했다... 어쩌면 맞는 말이네요. 일을 할때 처럼의 열정을 다른것에는 쏟질 않으니까요.저도 인생을 다시한번 설계해 봐야할듯 하네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hee82 20.05.02 01:38:38

어... 내가 조금 형이네,, 난 39살. 나는 28살에 취직해서 33살에 결혼, 36살에 첫째, 37살에 둘째 보고 지금 알콩달콩 살고 있어. 난 조금 일찍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일단 동호회던, 아님 다른 모임이던 직장과 가족 외의 사람 만나는 자리를 자주 가져봐. 인간의 뜻이 사람 인, 사이 간 이라는 말이잖아. 사람들 사이에서 살라는... 연애니뭐니 그런거 말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만나도 되는 사람들 만나보고, 소통하고 하다보면 활력이 조금은 생길거야. 나도 그랬던적 있어. 이유랑 증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너 얘기 들어보니 이것도 방법중 하나일 것 같다. 힘내고, 괜찮아 다 지나가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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