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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고 교사입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요?

그날은올겨

22.01.05 20:49:30추천 34조회 3,560

15년 넘게 공업고등학교에 있습니다. 아이들의 수준은 매우 떨어집니다. 한반 30명중 5명은 특성화고 특별전형 등으로 인생이 그럭저럭 잘 풀립니다. 바닥 5명 정도는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자퇴, 퇴학 등으로 그만 둡니다. 문제는 나머지 20명..

 

이 아이들을 잘 살게 해보려고 그동안 정말 많은 조언과 노력을 해봤습니다. 

구구절절은 지겨울 수 있으니 한가지 예만 들자면,

 

반복된 실패로 자존감이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성공경험을 키우는것을 목표로 하여 저희반 아이들에게 아무거나.. 심지어 한자 8급이라도 시험보고 자격증이라는 걸 받아오면 내 사비로 상금을 주겠다 라고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상금을 타간건 상위 5명.. 나머지는 관심도 없습니다..

 

수업시간이 잔소리 시간입니다. 평생 알바하며 살거냐.. 이력서에는 뭘 적을거냐.. 니들 제발 능력을 키우자.. 등등등

 

동네에서 저는 무슨 연예인 입니다. 어딜 가도 인사를 받습니다. 어느 식당을 가도 대부분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 서빙을 하고 있고, 비오는날 음식을 집으로 배달을 시키면 비에 홀딱 젖은 생쥐꼴을 한 졸업생이 현관 앞에 와서 서 있습니다.

 

감옥에 가고, 자살한 아이들까지 썰 풀진 않겠습니다.

 

그냥..포기(월급 받는 만큼 어느정도 까지만)할까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내 전공만 잘 가르치면 되지. 못  알아듣는 그놈들이 잘못이고, 그 자식들 인생이지. 내가 무슨 상관? 내가 부모야? 부모도 이혼하고 새벽에 일나가고 밤늦게 와서 애가 술을 먹는지, 낙태를 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왜? 아니, 부모에게 학교좀 나오라고 해도 나오지도 않고 전화로 아무리 설명해도 바뀌는거 없는데, 내가 뭘 더해?

 

뭐 이런 마음도.. 많이 듭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그냥 이대로 두면 저 시끼들 진짜 알바인생, 우울한 인생인데.. 답답한 마음에 술한잔 하고 두서없이 주절 거렸습니다. 

 

혹시 그런거 있나요?

 

(옛날 선생님이 이런이런 말씀을 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만일 내가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이런이런 조언을 해줬으면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다.)

 

등등

 

제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말해야.. 이 자식들의 인생이 좀 더 나아질까요?

 

先生이란 단어의 무게에 어깨가 짖눌러지는 요즘..

 

같이 늙어가는 짱공인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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