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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동의없이 전경 경내 배치

에프록시아

08.06.18 05:50:28추천 1조회 1,030
경찰 5공식 대통령 경호 ‘빈축’ 한겨레  기사전송 2008-06-17 21:40  [한겨레] 봉은사 동의없이 전경 경내 배치

‘쇠고기특강’ 현수막 제거 요구도

경찰이 대통령 참석 행사 경비 병력을 무단으로 사찰 안에 대기시키는가 하면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는 현수막을 철거해 줄 것을 요구해 반발을 샀다.

경찰은 1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개막식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할 것에 대비해, 행사장 맞은편 봉은사 경내에 사찰 쪽 허락 없이 전투경찰 1개 중대를 대기시켰다.

봉은사의 유병문 예경계장은 “아침 7시20분께 출근길에 보니 전경 1개 중대가 전투복 차림으로 경내에 들어와 담배를 피우며 쉬고 있었다”며 “전경들한테 ‘어떻게 들어왔느냐’고 따지자 소속도 밝히지 않고 ‘상부 지시로 들어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사찰 직원과 경비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경비 병력은 40분 만인 오전 8시께 사찰 밖으로 철수했다.

황찬익 봉은사 종무실장은 “코엑스에서 큰 행사가 열리는 경우가 많아 경찰이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경내에 들어오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오늘처럼 허락도 없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늘 행사에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에서 지원을 나왔는데, 인도에 늘어서 있으면 시민들에 불편을 줄 수 있어 쉴 곳을 찾던 중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봉은사에서 19일 열리는 ‘광우병 쇠고기 정말 안전한가’라는 공개 특강 안내 현수막을 철거해 줄 것을 봉은사 쪽에 요청했다.

봉은사 사회국의 한 직원은 “강남경찰서 정보과 형사라고 밝힌 사람이 ‘대통령이 지나가시는 길이니 현수막을 떼거나 가려 달라’고 말해 거부했다”고 말했다. 황 종무실장은 “5공 때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현안에 대한 토론 안내조차 감춰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직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인 줄 알고 떼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특강 안내임을 알고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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