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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한방병원 진료과장

킬방원

21.02.23 11:15:07추천 29조회 4,785

짱공에 서식하는 의료인 의사나 한의사로 추정되는 닉이 몇 분 있던데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작년 초까지 시장 입구에 자리 잡고 그럭저럭 운영하던 한의원이 재개발로 구역 전체가 싹.......밀려버리고선

브랜드 대형 아파트 단지가 그 자리에 올라가는걸 보면서 졸지에 백수가 됐었지요.

 

 어디 적당한데 다시 개원해볼까 보면서 밍기적 거리고 있다가 작년 8.15 집회 후 그 생각은 일단 접었습니다.

 오랜만에 구인란 뒤져보다가 면접 보러가니까 일면식도 없지만 원장님이 학교 선배......

 대한민국 학연의 위력을 체감하면서 일단 경력직 채용됐습니다.

 

 보통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은 대형이 아닌 이상 원장 포함 3~4명의 의료진을 두는데요.

 요양병원은 원장이 내과 쪽이면 정형외과나 재활 등 전공 진료과장을 두고 원장이 외과 쪽이면 그 반대로 가지요.

 그리고 진료과장 의사 한명 더 뽑는데, 요즘은 양한방협진 개념으로 한방진료과장 한의사를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방병원의 경우 원장은 당연 한의사고 혼자 하면 빡세니까 병상 규모에 따라 진료과장 한의사를 1~3명 더 두게 되는데,

 요즘 한방병원의 경우 예전엔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 뇌졸중 후유증 재활 등이 많았지만

 최근엔 자동차 사고 보험 환자나 수술 후 재활 입원 환자를 주로 보게 되는 시스템이 많기에

양방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개념의 치료를 주로 하면서 추나 시술 가능한 한의사를 주로 채용하게 되지요.

 

 그리고 X-ray 나 MRI 등 검사 장비 사용 및 재활 도수 치료를 위한 물리치료사 지휘 지시를 위해 양방 진료과장도 채용해서

양한방협진 체계를 구축한 경우가 많습니다.

 십여년 전의 의료법 개정 후 양한방협진 시스템 두는 의료기관이 많아졌죠.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한방병원에서 수술 후 재활이나 일반 외래 진료 건강보험 환자의 경우 원장님께서 주로 보시고

 저는 교통사고 환자 위주로 전담해서 보고 있습니다.

 

 초진을 통해 사고 날짜 경위 그리고 현재 불편한 곳이 어디인지 파악해서 진료부 작성하는데,

상대방이 뺑소니 시도나 음주운전 기타 죄질이 불량(?)한 경우 환자에게 공감해주면서 재량껏 가능한 최대 주수로 진단서 끊어드리기도 하죠.

 

 이후 환자분 X-ray 검진 후 양방과장 진료와 판독을 거치게 된 후 치료실 입실하면, 저도 X-ray 결과 골격 관절의 상태를 보고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침법을 결정하고나서 들어가 정성껏 침을 꽂아드립니다. 추나의 시원함에 중독된 분들을 위해선 또 그것도 열심히 해야죠.

 

 아프다고 징징대도 열심히 치료 따라와 주시는 분들한텐 저도 더욱 정성을 들입니다. 그리고 그게 호전되는 결과로 매일매일 나타나면 저도 흡족하죠.

 

 치료시 당황할 때가 있는데......생각보다 헐렁한 환자복 밑에 아무것도 안입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말이죠.

 

 허리 골반 엉치 같은데 아프다고 하시면 환부를 노출시켜야 하니까 바지를 엉덩이 반 정도 걸치게 내려야 하는데

노팬티인 경우 저는 민망한데 환자 본인은 그게 뭐?? 이러시니 -_-;

 

 자보 환자라서 젊은 분들도 많은데, 주로 요가 필라테스 강사나 회원으로 자주 하시는 분들이 노팬티가 많으셨더라는 .......

 

 그리고 요즘 확실히 30대 이하로는 문신하신 분들이 엄청 많아졌네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아니......이거 등판에 꽉차게 다 그려넣는것도 다 아픈거 참고 했을텐데......타투 바늘 백번은 넘게 찔렀을텐데

 이 가느다란 침 한방에 왜 이리 벌벌 떨면서 애원하는 건장한 근육 돼지들이 많은건가.......이건 참 평소 의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사고로 몸이 너덜너덜해졌는데도, 합의가 최우선 목적인지 진단서만 끊어주면 하루 이틀 입원했다가 휙 퇴원해버리죠.

 처음엔 좀 왜 저러지?? 그러다가 요즘은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자기 몸 자신이 안챙기는데 제가 굳이 교화시키면서까지 챙겨줄 필요가 없는거라고 되뇌이면서 말이죠.

 

 하여튼 주로 중년층 이상 나이드신 분들 위주로 진료하던 한의원 원장 시절과는 달리

 젊은 나이의 교통사고 환자 위주로 많이 보게 되는 병원 생활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층 환자의 경우 더욱 더 치료의 효과를 체감시켜줘야겠다면서 신경을 쓰게 되지요.

 

 사람들은 머리론 잘 이해 못해도 몸으로 체험한걸 잊어 버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나이든 사람들이나 가는데고 한의학 자체를 못믿겠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의학의 전망이 밝아지는거 아니겠습니까.

 

 검증이 안됐네 비과학적이네 이런 논쟁은 의미없는 시비 거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거 해도 별거 없던데 이런 거는 내버려 두면 안되는거라서요.

 

 일단 침 맞고 바로 어지럼증, 메스꺼움, 두통 등 TA 후 뇌진탕 증상이 사라지는걸 느끼고

 2~3일 후엔 결리던 뒷목이 풀리면서 제대로 돌아가고 허리가 제대로 펴질 정도는 체감시켜줘야 하는거라서

 

 한의사의 지식이나 숙련도 편차가 심해서 실력없는 돌팔의가 많은 편이라는 지적은 따끔하게 수용합니다.

 그걸 한의계 전체가 나서서 개선시키지 않으면 경쟁 심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도태되겠죠.

 

 누군가가 한무당이라고 매도하는 것 따위가 아닌 스스로 역량 부족에 의해서 말이죠.

 

 그래도 90년대 학번인 저 포함 후배님들까지 요즘엔 머리 좋은 한의사들이 많아져서

 한의사 자체 내부 경쟁에서 도태되는 이라면 모를까

 한의학 전체가 서서히 망해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ㅎㅎㅎ

 

 하여튼 짬짬히 눈팅하면서

 

 이상 오늘도 환자의 목과 허리를 우두둑 꺽어가면서 침을 심고 살아가는 한방병원 진료과장이었습니다.

 

 

Drpark 21.02.24 15:46:40

오랜 경험과 현실 사이에서 나오는 중우한 한마디한마디가 좋네요
건승하십시오

soltree 21.02.24 16:08:05

다만.... 탈모로 몇년 한의원 다녀본 결과 프로페시아로 고민이 날아갔습니다 헐

킬방원 21.03.02 12:04:17

탈모는 아직 누구도 정복했다고 말할 수 없지요 ㅎㅎ

지반설계 21.02.28 19:07:33

퓨슝퓨슝

미리내래 21.03.01 19:31:22

오 짱공에 의사선생님 출현~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혹시 사각근증후군에 대해 좀 아시는지요 ㅠㅠ 그 병명으로 강한 의심을 하고, 어깨 팔 통증이 가히 상상 이상이네요..

킬방원 21.03.02 12:02:03

소위 목디스크랑 증상이 비슷하긴 한데, 목디스크의 경우 목부터 팔까지 쭉 이어진 통증을 느낀다면
사각근 증후군은 그 선상에서 뛰엄뛰엄 떨어진 산발적 동통을 호소하고 팔을 위로 올렸을때 완화되는 구분점이 있지요.
목 어깨 팔의 통증은 이밖에 견갑거근이나 승모근의 문제인 경우도 많습니다.

OS나 NS 통증클리닉 재활의학과 치료는 대동소이할 겁니다. 기본적 물리치료 이외 물리치료사 지시하에 도수 치료와 스트레칭 지도 등이 있겠지요.
한방 치료 특히 저라면 좀더 직관적으로 문제가 된 근육을 선별해서 바로 자침해서 근육의 단축 상태를 풀어주고, 필요에 따라 추나 교정으로 일자목 거북목 상태의 개선을 목표로 치료 계획을 잡고 시행할겁니다.

목 경추 주변의 침시술은 숙련자의 주의를 요하니까
솔직히 말해서 초짜 한의사 말고 어느정도 경력 쌓인 분을 찾아가 치료 받길 권합니다.

미리내래 21.03.02 15:58:10

@킬방원 아이고 상세한 안내감사드리옵니다. 목디 vs 사각근/TOS증후군을 저렇게 통점으로 구분지어주신건 처음이세요. 짱공유 회원님과 사각근증후근이야기를 하게될줄은 ㅎㅎ 그렇군요 참고해서 치료에 접근하겠습니다. 어제는 근막통증증후근에 섬유근유통에... 안의심해본 질환이 없습니다 ㅠㅠ 사각근 쪽에 폐와 동맥 등등 주요기관이 몰려있다보니 최근에 방문한 통증의학과 원장이, 굉장히 불안불안한 멘트를 날려주시더라구요 ㅎㅎ 평 좋은 한의원 찾아봐야겠네요. 혹시 칼방원님 네트웍 내에 분당쪽에 추천해주실만한 한의원이 있으시면 함께 부탁드려봅니다.

푸우의노출증 21.03.03 21:51:02

정수리에 침 맞을 때.. 와..진짜 아프다는 표현을 못 할 정도로 입은 벌어지는데 소리가 안나오드만요..그리고 눈물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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