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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게임회사 - 프로그래머로 12년

십만딸라

21.03.05 00:02:04추천 16조회 5,153

다른분들 올려주신거 재밌게 읽어서 저도 써보고 싶었는데 오늘 한번 써보겠습니다.

 

저는 세부 직군으로 보면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에요.

주로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유저 인터페이스, 그래픽 리소스를 활용해서 컨텐츠를 생산하는 일을해요.

서버프로그래랑 협업하면서 유저의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업무도 하고요.

그냥 쉽게 보면 게임하실때 눈에 보이는건 다 저 같은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가 만든다고 보시면 되요.

 

[이직이 잦은 업종]

2009년부터 시작해서 지금 회사가 6번째네요.

중소, 중견, 벤처, 창업, 중견, 대기업? 이렇게 다녔어요.

이직이 좀 잦은 직종인거 같긴하네요. 이직의 사유가 대부분은 프로젝트 폐업이네요 ㅋㅋㅋ

몇십만명이 이용하던 게임이 업데이트 한번으로 바로 내리막길.. 6개월만에 폐업절차를 밟은적도 있었고,

창업으로 게임상도 받고 유저도 백만단위로 받아도 보고 해외 퍼블리싱까지 했는데 3년을 못버티고 폐업..

그런데.. 현직장에와보니 여기서만 10년씩 근무하신분들도 있네요..

이직이 잦아서 현업에서 통할정도의 실력을 유지해야해요.. 업계에서 못버텨서 떠나신분들도 꽤 많아요.

 

[급여 수준]

다른 직종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대부분 포괄임금제에요.

야근/주말근로시간을 연봉에 다 포함하는거죠.. 몇시간을 더 일해도 주말에 풀로 근무를 해도 추가수당은 없어요.

이게 진짜 개발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죠. 지금도 그렇고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포괄임금제를 작년부터 폐지했어요. 야근수당을 10년만에 처음 받아봤는데..

억울하더라고요.. 그동안 못받은 야근수당만해도 억단위는 될거 같은데..

제가 알기로 포괄임금제가 아닌 기업은 손에 꼽을정도로 적어요.. 점점 좋아질거라고 믿어요.

 

제가 일을 시작한 2009~2010에 넥슨, NC 같은 대기업도 대졸사원 초봉이 2600정도 였어요.

중소기업은 1600~2200, 중견이 2300~2400 정도.. 박봉이죠.

진짜 악랄한 기업들은 1/13 이라고… 연봉을 13으로 쪼개서 12는 월급으로 주고 1은 퇴직금으로 주는 회사도 많았어요.

올해 들어서 게임사들이 연봉을 많이 높여줬어요. 게임 개발자들의 처우가 굉장히 좋아졌어요.

프로그래머 직군은 초봉이 5000인데도 꽤 되고 6000주는 회사도 있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2000으로 시작해서 5000까지 7~8년은 걸렸는데.. 요즘 신입들 보면 부럽더라구요..

게임개발이 진짜 박봉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대가 바뀌었네요. 기쁘면서도 씁쓸하네요ㅎㅎ

 

[근로 환경]

게임개발이라고 하면 다들 야근과 철야를 떠올리시는 분이 많으실거에요.

하지만, 진리의 사바사 팀바팀 이에요.. 처음 들어갔던 회사는 2년가까이 일을 했는데 야근이 거의 없었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야근이 거의 없는 편이긴 한데.. 최근에 팀 옮기고 나서는 몇달을 꼬박 야근을 했네요.

창업때는 회사에서 살았죠 거의..

최근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는 야근과 철야 이런걸 좋지 않게 보는 편이에요. 경영진들도 많이 눈치 보고요. 

없어지진 않을거 같아요.. 게임은 24시간 돌아가고 언제든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 개발자들이

주간 근로시간에만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 저도 몇년전에 주말대응 이런걸로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회사를 옮기고 좀 나아졌네요ㅎㅎ

 

업무 분위기는 회사마다 약간씩은 다른데.. 대부분 님문화 같은걸 지향하려고 해요.

상하관계가 없는 평등한 구조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는 못하고.. 

최소한 쪼인트 까이거나 쌍욕먹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나이 따지는 연차높은 직원들이 은근히 말을 놓기는 하는데 안그러시는 분들은 경력이 10년 넘게 차이나도 존댓말해주고 그래요.

 

[게임 회사 복지]

신생기업이나 아직 매출이 안정적이지 않은 회사는 당연히.. 복지가 없어요.. 

복지가 좀 있는 회사들은 꽤 좋은 편인거 같아요.

3년마다 유급휴가를 10~20일정도 주고, 몇십~몇백의 휴가비

연간 2~3백만원의 현금성 복지 포인트

주거비 지원해주는 회사도 있고

가족 실비보험 

자기개발을 위한 교육비, 장비 지원

NC같은경우는 사내에 병원도 있다고 하던데 거긴 안가봐서 정확치는..

 

그냥 생각나는데로 게임 업계에 대해서 적어봤는데.. 재미는 없을거 같네요 ㅋㅋ

요즘 느끼는건 정부에서 제대로된 지원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제제만 당해온 업계가 많이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어서 기쁘네요. 최근 불거진 게임확률 조작.. 업계의 한사람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게임이 좋아서 좋은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에요. 

아마 확률조작을 한다는걸 알았다면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반대했을 거에요.

 

혹시,, 게임 업계에 관심이 있으신 학생분들 계시면 제가 아는선에서 말씀드릴수 있는건 다 답변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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