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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 다되어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 올려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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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13 21:05:21추천 7조회 1,990

안녕하세요 인생 선배님들.

 

맨날 짱공유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놀랍게도 아이디 가입일이 2002년 12월...-_-;;

 

13년간 눈팅만 했네요;; 저도 놀랐습니다.

 

제가 초딩때 가입해서 그런가 닉네임도 매우 부끄러운 닉네임이네요;;(죄송;;)

 

다름이 아니라 이제 곧 30이 다되어가는 나이에 한가지 회의감... 혹은

 

무슨 생각이 나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인생상담에 글 한번 올려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저도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 다른분들 글 보고 있으니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한 제가 부끄럽지만

 

한번 시간 나시면 글이 좀 긴데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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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사신분들 많은 것 같은데 저 역시도 상당히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어려운 가정에서 재산도 제대로 못 물려받고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가난하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가난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아버지의 가정 폭력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툭하면 밤마다 술에 취해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기 일쑤였고, 바람기도 있었으며

 

사업한다고 이돈 저돈 끌어다 쓰다 다 날려먹어서 저의 유년기에는 항상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집이 가난하여 반지하방에서 다른 학교 친구녀석에게 가난하게 산다고

 

놀림도 많이 받았고, 몸도 약하고 힘도 약하여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며 자랐습니다.

 

또한 성격도 많이 모났었습니다. 남 욕을 잘 하고 시끄럽고 어딘가 나사빠지고 비뚫어지고요..

 

하다못해 아버지에 대한 분노심이 너무강하여 죄 없는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옆에서 성격 이상하다며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도 없는 살림에 어머니께서는 학원에도 보내주셨고, 저의 머리가 나쁘진 않았던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운좋게 이름 대면 "공부좀 했네" 할 만큼의 대학교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제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의도한 것은 그런게 아니었는데

 

저의 언행은 타인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 대인 관계에서 욕도 많이 먹었으며,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 느낌이라 적응을 잘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1학년 학점을 망치고 군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맞아가면서 세상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불평해왔던 환경이 그렇게 안좋은 환경도 아니었고, 제 언행의 잘못도 깨우치게 되었으며 성격도

 

조금씩 고쳐나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겠다고.

 

세상 살면서 군대라는 곳에서 느낀게 이 세상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다짐을 가지고 군대에서 조금씩 시간 날때마다 공부를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 삶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계기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평소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아서 군대라는

 

집단에서 계급이 좀 올라가면 자주 하는 것이 후임들 PX 데려가서 맛있는 것 사주면서 살아온 이야기

 

듣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한 명이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 보다 3살이나 많은 후임이었습니다. 팔에 문신도 있고 인상도 험악하여 처음엔 조금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말로 힘들게 살아온 친구였습니다. 부모님 불장난으로 태어나서 양쪽다 키우길 

 

거부하여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군요. 그래서 고등학생때까지 맨날 놀다가 졸업하여 고아원에서 나가야 하니

 

일자리 알아보다 결국 아는 형 손에 이끌려 나이트 클럽에서 속칭 '삐끼' 를 2년간 하다가 웨이터를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여자친구 사진 보여주면서 곧 여자친구랑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다고 하네요. 자기 꿈이 

 

자기랑 똑 닮은 아들 하나 낳아서 아빠 닮아 머리는 나쁘겠지만 열심히 공부시켜서 병장님 처럼 좋은 대학 보내서 

 

꼭 잘 살고 싶다고 하더군요...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무언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활관 (내무반) 으로 

 

돌아가니까 다른 후임 녀석이 TV 를 보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TV 에서는 '짱구는 못말려' 라는 만화가 나오고 있었습니

 

다. 그리고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 내용은 짱구 아빠의 과거 회상 장면 이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어른 제국의 역습' 이라는 극장판 내용 이더군요. 그리고 해당 장면은 명장면으로 유명..) 

 

보다보니 저도 거기에 나오는 짱구 아빠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더군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가 정말로 되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귀에 박히도록 얘기하던 판검사니...변호사니..대학교수, 의사 이런게 아니라 짱구 아빠

 

같은 사람이라는걸...제가 가장 그리워하면서도 가장 원하던 것은 그런 평범하면서도 화목한 가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가고 싶은 곳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 가게된 일본 여행에서 저와는 그 나라가 잘 

 

맞다는 것 역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나가는 인상일 수도 있겠지만 휴가도 잘 나오고 퇴근 시간이 명확하고

 

무엇보다 사람 사는데 여유가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꼭 여행도 가고....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짱구도 그곳에 있고...

 

그 이후로 저는 미친듯이 공부를 했습니다. 장학금도 많이 받게되었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여 대학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졸업을 하게 됩니다. 대학원때 과정이 매우 험난하여 욕도 엄청나게 먹었지만 어떻게든 졸업은 하게 되네요.

 

석사학위를 따고 이제는 내년 중순쯤 도일을 하려 합니다. 다시 대학원에 박사를 하러 갈지 아니면 1,2년 일본어를 배우고

 

취업을 하게 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나이도 조금 걸립니다 ㅎㅎ;;혹시 잘 아시는분 조언좀 해주시면 ㅠㅠ)

 

그리고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관계가 서먹해진 아버지와 화해도 해보고 싶구요...

 

저녁에 갑자기 생각나서 두서 없이 적은 글이라 조금 내용이 왔다갔다 하네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밑에 다른 분들 처럼 글 한번 올리고 나니 시원하네요 오히려 ㅎㅎ;;

 

가서 여자도 만나고 즐거운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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