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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들어간 아버지땜에 펑펑 울었습니다

어기적저기적

22.07.11 14:19:47추천 57조회 39,555

저는 부산에 살다가 타지로 이사가서 독립하고 결혼, 아기까지 낳아 잘 살고 있었던 30대 남자입니다.

 

제가 집에서 속만 썩이다가 뒤늦게 정신차리고 독립한터라 집안의 지원은 없었고 집안 사정도 안좋아서 돈 30만원 들고 독립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고 애낳고 제 앞가림 하는데만 집중하고 혼자사는 아버지는 잘 있겠거니 믿으면서 가끔 안부나 묻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119실려 응급실갔다는 연락을 받고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srt타고 바로 내려갔습니다.

 

병원가니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중환자실에서 면담하고 설명듣고.. 짧게 면회 기회를 주시더군요.

 

 

아버지는 코에 산소줄하고 몸을 달달 떨고 계셨습니다.

 

이때도 내가 동요하면 영향 줄까봐 농담하면서 덕분에 오랜만에 부산왔다고 장난치며 담소를 나눴습니다.

 

근데 아버지가 저를 잡더니 집에 가면 어디어디에 지갑을 숨겨뒀는데 거기 돈이 있다 찾아서 병원비에 보태라 이러시는겁니다.

 

일단 알겠다하고 집을 갔더니.. 집 꼴이 말이 아닙니다.

 

청소상태는 엉망이고 옷가지는 이리저리 널부러져있고..냉장고엔 두부 한 모 들어있더군요.

 

여기서 내가 나 살기 바쁘다고 무슨 불효를 저지르고 있던건가 눈물이 흐르다가..

 

아버지가 돈이 있다는 장소를 찾아서 봤는데.. 5만원짜리로 돈이 생각보다 많이 있으시더라고요.

 

 

그거 보고 정말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이렇게 돈 있으면 당신 맛있는거라도 사먹고 깔끔하게 하지..

 

돈도 제대로 못버는걸 뻔히 아는데 이걸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모았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덥니다.

 

아내랑 통화하면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다음날 다시 병원가서 속상한 마음으로 얘기하니 결혼할때 아무것도 못해주고..

 

본인 살 날 얼마 안남았는데 가기전에 짐은 안지우고 가야겠다고 그렇게 모았답니다.

 

그거 듣고 중환자실에서 또 울었습니다.

 

제가 독립하고 1달 있다가 집에 잠깐 들렀을때 아버지가 집에 온 김에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달만에 집에 왔는데 오자마자 돈타령이냐고 나도 돈모아서 사람노릇좀 하자 이제 겨우 한달이다 이러면서 소리를 지른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돈 얘기를 일체 꺼내지 않으셨지요..

 

오래된 과거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지나가면서 그저 눈물만 납니다.

 

병실에서 짧지만 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병실을 나와서 국수를 먹으면서 이 글을 씁니다.

 

 

너무도 죄스럽고 부족해서 자괴감만 듭니다.

 

저는 집에서 속만 썩이다 독립해서 잘사는 모습 보여주고 손녀도 보여줘서 내가 뭐라도 된것마냥 생각했는데

 

진정한 아버지의 사랑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무늬만 아빠였습니다.

 

 

손녀 보고싶은데도 코로나 옮길까 걱정되서 극구 안보러온다던 아버지..

 

코로나 심해서 좀 가라앉을때까지 극구 안보겠다던 아버지.

 

손녀 돌에 올라와서 같이 있다가 금반지 줘야지하고 아내에게 금반지 쥐어주시던 아버지..

 

제 살길 찾느라 급급하기만 하던 불효자는 그저 웁니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서 짧으면 2주에 퇴원하신답니다.

 

신나게 울고 아버지 퇴원하시는날 가족들 전부 데리고 찾아뵐겁니다.

 

신이 주신 마지막 효도할 기회라 생각하고 정말 효자되겠습니다.

 

정말 많은걸 느끼는 하루하루입니다.

Glanz 22.07.11 14:46:37

다행이네요.. ㅠㅠ

원령지니 22.07.11 15:57:45

퇴원하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꿀돌이 22.07.11 18:07:21

정말정말 다행입니다~ 읽으면서 울컥하네요 돌아가신 아부지도 생각나고요~~

쿠삼 22.07.11 18:10:21

다행입니다~! 앞으로 잘해드리시길.. 저도 반성한번 하고 갑니다

니코보코리코 22.07.11 18:11:27

앞으로 더 찾아 뵐 수 있는 날들 선물 받으셔서 좋겠습니다.!

춥파춥스벳남 22.07.11 18:13:03

건강하시길...

부왁정희가카 22.07.11 18:17:00

글쓴이도 아버님도 완쾌하시고 행복한 삶 살기를
간절히 빌어봄니다.

송사장의단마토 22.07.11 18:31:42

다행입니다. 아버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계셔주시길..

하이파이 22.07.11 18:39:36

정말 다행입니다. 보면서 눈물만......
저도 님처럼 한번만이라도 잠시만이라도 효도하고 싶지만 옆에 안계시네요.
찾아뵐 수 있을때 꼭.......

뀨잉사랑 22.07.11 18:44:51

하루하루 소중히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님은 그래도 두번째 기회가 주어졌네요

존나행복한남자 22.07.11 18:52:10

C발 이런글 다 읽고 끝에 이렇게 기분좋은건 첨이네요!!!
글의 결말이 당연히 아버지 보내드렸습니다 일줄알았는데
퇴원을 하신다니 정말 너무 기쁘네요!!ㅎㅎㅎㅎㅎㅎ
아버님 건강하시게 오래오래 지내시기 진심으로바랍니다!!

유치원때모델 22.07.11 18:56:06

저도 어머니만 계신대 제가 첫째낳고 한참 힘들때... 아프시다는 이유로

일도 못하시고 식사도 잘 못하시고.. 근데 월 30만원짜리 한약드시면 소화가 좀 된다더구요.

근데 그게 한달두달... 14개월이 넘어가니 어휴... (그때 급여 150..외벌이에 원룸월세...)

진짜 미쳐버리는줄 알았는데... 어느순간 많이 호전되시고 한약도 끊으시더니만 갑자기

술에 빠져서 진짜 돌아버리겠더라구요 ㅡㅡ... 그마저도 이제 지나고서 술끊고 일반적인

생활하시는데 그때 미안하셨던건지 월 10,20씩 꼬박꼬박 보내시네요.

저도 차마 못쓰겠어서 모으다보니 돈천만원이 다돼갑니다...^^;;

하얀멀 22.07.11 18:56:24

짱공유 하면서 처음으로 댓글 다네요. 아버님도 글 쓰신분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겠습니다.

Jurista 22.07.11 19:36:10

하늘이 기회를 주셨네요. 얼마나 다행인가요. 제 아버지께서는 깨어나지 못하셨습니다. 지나간 모든 일이 죄송스럽더군요. 님 마음 아주 잘 압니다. 반듯하게 효도해 주십시오.

애플시드 22.07.11 20:20:28

중환자실 여러 번 가봤지만 참 적응이 안되는 곳입니다.
다행히 퇴원하신다니 기회 놓치지 마세요.

펭킹라이킹 22.07.11 21:04:58

'신이 주신 마지막 효도할 기회라 생각하고 정말 효자되겠습니다.'

아버지 죽을고비 넘기시고 나와서 신은 저에게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2년이라는 시간을 주셨지만 저는 알아차리지 못 했습니다.

앞으로 아버님과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스콜스발리슛 22.07.12 11:29:04

울컥했습니다 행복합시다 모두

배다른민족 22.07.12 12:37:36

저도 반성하게 되는 글이네요.
아버지가 건강해지셔서 퇴원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헬네아 22.07.22 01:37:17

있을때... 잘 하세요...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 바라보는 부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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