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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형 이야기 Vol.[3]

한국조폐공사

21.09.18 20:20:56추천 9조회 2,994

형 : 덕훈이는 군대 언제가는지 확정 됐어?

 

덕훈 : 아뇨 그냥 최대한 빨리 갔다오려고 의경으로 신청했어요. 면접이랑 실기만 보면 빠르면

 

그 다음달에 발령나기도 한다더라구요. 아마 1월이나 2월쯤에 갈 것 같아요 ~ㅎㅎ

 

형 : 지금이 12월이니 이제 얼마 안남았네~~. 제대하고 복학하면 이제 형 없을텐데 덕훈이 학교생활 잘 할 수 있겠어?

 

덕훈 : 아쉽지만 뭐 열심히 살아봐야죠 ㅎㅎ

 

형은 반 장난삼아 한 말이지만 내 입장에선 사실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사람다운 생활을 하다

 

다시 복학하면 게임만 하게 되는 생활이 되지는 않을까, 조용한 아싸가 되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진 않을까

 

이 형만큼 마음맞는 사람 만나서 재밌게 생활할 수는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형 앞에서 걱정된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그리고 나는 제대후 학교에서 역대급

 

미친,놈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후 술기운이 올라 마무리를 하던 무렵 나는 최근에는 자주 오지 않던 형의 여자친구에 대해 물어보았다

 

덕훈 : 형 요즘에는 혜라누나(가명) 자주 안오시던데 형이 바빠서 그런거예요?

 

사실 한학기동안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올 때마다 같이 밥도 먹고 해서 안면을 조금 튼 사이였기에 별 생각없이

 

이야기를 꺼냈는데 형은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화두를 돌리려고 했다.

 

형 : 응~ 사실 조금 바쁜것도 있었는데 형이 좀 거리를 두고 있거든~~ 뭐 자세한건 말하기가 좀 그렇네~ 아참

 

창우(룸메이트 동생)는 덕훈이처럼 내년에 군대 갈거야?

 

창우 : 아뇨 형 저는 대학원 갈거라 졸업하고 갈라구요 ㅋㅋㅋ

 

형 : 아 그래~? 그럼 내년에도 학교 다니겠구나~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 ㅎㅎ

 

조금 싱겁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는가 싶었고 사실 나도 그렇게 크게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캐묻지도 않았었다.

 

형의 여자친구를 더 못볼지도 모른다는 사실보다는 이제 군대가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형과 학교에서는

 

더이상 같이 어울리지 못한다는 섭섭함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형 : 덕훈이 휴가나오면 언제든지 연락해~ 형이 덕훈이 나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내서 술 한잔 사줄테니까 ㅎㅎ

 

덕훈 : 네 형 꼭 연락할게요!! 

 

그렇게 간단하게 술자리를 마친 후 기숙사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형은 잠시 자리를 비웠고 나는 술김에

 

노상방뇨할 자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먼 발치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형을 발견했다.

 

형의 목소리는 조금 격양되어 있었고 대화의 내용으로 보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자친구인 것으로 짐작했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형은 답답하다는 듯 발을 계속 구르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버스가 보이자 몇 마디 말을

 

더 하고는 전화를 끊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나는 오줌 눌 생각도 못하고 형을 쭐래쭐래 따라갔었다.

 

버스는 이미 만원이라 서서 가는 와중에 형은 아까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형 : 아까 좀 시끄러웠지? 형이 조금 흥분해가지고 소리가 좀 컸네. 

 

덕훈 : 아 별로 안컸어요. 어차피 사람도 없었는데요 뭘. 근데 무슨 일 있는거 아니죠?

 

형 : 별거 아니야. 아까전에 형이 여자친구 이야기 잠깐 했잖아. 사실 내가 헤어지자고 했었거든. 그런데 혜라가

 

그것때문에 잠시 전화한거야. 아직 안풀린 이야기들이 좀 있거든. 안그래도 요즘 바쁜데 괜히 신경쓰는것도 좀 그렇고

 

답답하네 ㅎㅎ.

 

덕훈 : 아…

 

정리하자면 형은 예전부터 헤어지자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여자친구는 납득을 하지 않았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고, 형은 이번에 확실히 선을 그었지만 그래도 여자친구를 설득하지 못해 애매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사귄지는 2년이 넘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관계가 벌써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나는 또한번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드라마같은 경우가 현실에도 일어나긴 하는구나…

 

누군 한번도 연애 못해보고 군대가게 생겼는데 누구는 좋다고 달라붙는 여자들이 줄을 섰고…

 

심지어 학기중 형이 과외 봉사활동을 하던 XX여고의 어떤 학생이 스토킹을 하는 일이 벌어져 형이 몇주간 정신없이

 

보낸적도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또 한번 좌절감이 폭풍처럼 밀어닥쳤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겪고있는 형 입장에선 짜증과 당혹감이 넘쳤으리라. 그런 상황이 계속되니 형도 폭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형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저 그때는 부러움이 더 컸었던 것 같다. 

 

버스가 기숙사 앞 정류장에 도착했을 무렵 나는 형과 기숙사 주변을 잠시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몇 마디를 더

 

나누다 기숙사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룸메이트 동생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형은 전날 못다 싼 짐을 택배로 거의 다 부치고 차를 타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학기 학사경고를 받았던 난 계절학기 때문에 짐은 대충 다른 기숙사로 옮길 준비만

 

한 후 형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형 : 덕훈이, 형 잊지말고 자대가면 연락해~ 형이 편지써줄게~

 

덕훈 : 네 형 알겠어요 ㅎㅎ 꼭 연락할게요!! 조심히 올라가세요!!

 

형은 간단히 인사 한 후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짐을 챙겨서 기숙사를 떠났다. 가는 와중 언성이 조금 높아진 것으로 보아

 

짐작상 여자친구의 전화인 것 같았고 형과의 기숙사 라이프는 그것으로 끝이 났었다.

 

형과의 추억은 정말 즐거웠었기에 나는 형과의 인연을 더 이어가고 싶어 꼭 연락하기로 마음먹었고, 실제로

 

1월에 입대 후 부모님 다음으로 제일 먼저 형에게 연락을 했었다.

 

 

 

 

 

 

 

그리고 그 연락…그 전화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전환점이 되었고, 보너스로 엄청난 이벤트를 가져올 줄은

 

그때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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