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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참...

밥해주는곰

19.05.21 15:09:10추천 10조회 2,276

그냥 제가 살아온 얘깁니다(스압주의, 안보셔도 됩니다 그냥 끄적끄적 하는거라 두서도 없을듯~.~)

 

친가와 외가가 모두 교육자 집안에 교사이신 아버지, 어린이집 원장인 어머니..

 

어릴적 부터 동생은 공부를 잘해서 항상 전교 5등 이내에서 놀았었고

 

저는 그냥 머... (중딩 때 반에서 뒤에서 3등 한적도 있을 정도로)공부에는 적성이 없었는데

 

집안 형편도 안좋았어요. 할머님과 아버지 주식빚 때문에 아버지 월급은 차압들어온데다가 알콜중독 까지.. 

 

 

그래서 어머니께서 늦은 나이에 공부하셔서 어린이집 운영하셔서 가정을 이끌어오셨어요

 

imf 때에는 길바닥에 나앉을 뻔도 했는데 외가의 도움을 받아 거지꼴은 면했어요

 

이 당시, 가족끼리 저녁에 모여 앉아 밥을 먹으면 대화 한마디 없고 모두 한숨 또 한숨

 

그러다가 꼭 화살은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던 저에게 돌아오고.. 아버지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요

(어머니:아버지가 교사인데 인문계도 못가면 동네사람들이 뭐라하겠냐

아버지:동생은 아버지 닮아서 똑똑한데 넌 누구닮았냐   같은 내용) 

 

하루하루 그냥 어두운 방안에서 자책감 죄책감 우울감에 시달렸고, 없는 형편에 과외를 받기 시작..

 

과외를 받으면서도 도무지 공부가 안되서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생각에 꾹 참았죠..

 

사실은 과외보단 실업계고등학교를 들어가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저에게 선택권은 없었어요.. 인문계 안가면 인생낙오자 된다는 말을 워낙에 많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성격이 순해서인지 반항하겠다는 생각 한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과외해서 어찌어찌 어거지로 가기싫은 인문계고등학교를 들어갔고, 나름 열심히 해서 지방국립대를 들어갓는데..

 

그렇게 열심히 해도 반에서 10등에도 못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공부에는 소질이 드럽게 없었나봄ㅋㅋ

 

여튼, 지방국립대 들어가서도 성적은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졸업평점은 어찌어찌 3.5는 넘었는데, 취업을 하려하니까 마땅히 갈곳이 없었어요

 

전공관련 대부분의 일자리가 비정규 연구직이었는데 그마저도 자리가 별로 없었어요

 

'한번 비정규직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굴러먹는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해라'

(당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렇게 석사과정을 들어가게 되었고, 제 인생 최대의 행운.. 제 여친을 만나게 되었죠

 

석사과정은 어찌어찌 마쳤는데 결과는 똑같더군요.. 면접은 보는 족족 죄다 떨어지고 나중에는 연락오는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박사과정을 권유하셨지만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시작한지 두세달만에 경험삼아 9급 시험도 한번 쳐봤는데 '도저히 내가 붙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구나' 라고 느꼈어요

 

그렇게 좌절하고 있는데, 취직자리가 생겨서 작은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어요

 

사장님께서 저를 굉장히 좋게 봐주시고, 나름 인정받는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문득 '이건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회사가 매우 이상한 회사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나이서른이 되어서야,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어떤일일까.. 이런저런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내 성격, 내가 (원초적으로)좋아했던 것이 무엇인가, 내가 잘하는 것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릴적 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건너뛰기 되었던 인생의 고민이 이 때 시작 되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구하면서도 계속 고민을 했어요

 

집에 한마디 말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걸 부모님께서 아시는 바람에 부모자식간의 인연도 끊을뻔 했어요

 

하지만 부모자식간의 인연이 어디 그렇게 쉽게 끊길까요..

 

결국 타지생활을 정리하고 본가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자격증도 몇개 따고 짧게나마 일도 잠시잠시 해보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되었네요..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유튜브를 하고, 취직이 되면 일하면서 병행하고..

 

얼마전엔 빵공장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이름만 대면 아는 프렌차이즈 빵집취직을 위해 신입교육도 받았는데

 

중간에 그만둔 인원이 반 이상 되어서 인원부족으로 갑작스럽게 폐강이 되어서 물건너가고..

 

마냥 놀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최근에는 창업교육도 받으러 다니고.. 

 

다음주 부터는 거의 한달간 타지에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시골에서 자리잡아서 작은 빵집을 만드는게 제 목표입니다

 

서른셋 내 인생 어쩌다 여기까지 온건지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늦은나이에 사춘기라도 온건지...

 

갑자기 울적해져서 이렇게 끄적끄적해 보았습니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으네요

 

과거에 맺힌것이야 어찌되었든 당장 가족에게 면목 없고... 마냥 기다려주는 착한 여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네요

 

모두 화이팅.. 건투를 빕니다

폭간 19.05.21 23:44:16

끝까지 노력하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꼭 그 결실을 맺어 웃으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응원해봅니다.

밥해주는곰 19.05.24 01:59:13

응원 감사합니다~~ 굿밤되세요!!^^

좋은느낌이다 19.05.22 16:52:14

밥곰님 예전에 유튜뷰 관련해서 쪽지도 보내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재주가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신 것 같아요. 실행력도 좋으신 것 같고.

다만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 이거다 하는 돈벌이가 확실한 잡을 아직 못 찾으셔서 힘드신 듯합니다.

저도 이것저것 나는 무얼 해야 되나 정말 고민하면서 이년 전까지만 해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울증도 오고. 창업교육도 듣고 국비교육도 듣고 도서관 다니면서 직업에 대해서 이것저것 책도 보고.

인생이 참 맘대로 안 되더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저도 은근 다재다능한 타입이라 뭐든 배우고 알려주면 중간 이상은 합니다. 근데 그게 공부 빼고요;; 뭘 해도 꾸준히 알려준대로 하는 타입이라 하다 보면 100명 중엔 10등 정도는 하는데, 이게 1000명이 되고 10000명이 되면 100등, 1000등이 되는 거라 참.... 어쩌다보니 좋아해서 길게 했던 것들이 천명이든 만명이든 거기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은 해야 밥먹고 사는 것들이다 보니

그냥 그바닥에서 좀 잘한다 하는 걸로는 먹고살 수가 없더라고요.
다 잘하는 거 하등 필요없다 ㅠ 하나만 뾰족하게 튀어나올 만큼 잘하고 나머지는 다 병신이어도 하나 세계1위를 찍어야 돈을 번다 ㅠ 난 쓸모가 없구나 하는 생각으로 몇 년을 보냈네요.

이것저것 공부를 하고 알아보면서 이런 '뭘 해도 중간 이상 정도는 하는 점'을 장점으로 할 만한 일을 찾아보고 하다가 어찌어찌 지금은 그럭저럭 먹고 살게 되었네요. 참으로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미래엔 어찌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자신에게 맞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막막합니다. 뭘 해도 맞는 길인지 모르겠고 이걸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차라리 신이 와서 '넌 이런 재능이 있으니 이거 하면 만족하고 돈도 벌고 살 수 있을 거다' 라고 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고ㅎㅎ 한치 앞을 못보는 어두운 곳을 걷는 느낌이죠.

그래도 그 과정이 없으면 지금의 일을 찾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밥곰님도 그런 과정 중이라 당연히 막막하고 힘든 것이라 느껴지네요.
재능이 있으신 분이니 그 능력과 지금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합니다.

밥해주는곰 19.05.24 02:00:0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닿ㅎㅎ
좋은 소식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킬미휠미 19.05.24 13:22:07

곰님 취직소식만 봤었는데 일이 그렇게 됐군요..ㅜ
읽다가 여친부분에선 부들부들했지만요ㅎㅎ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여러가지 도전을 하시니 다행입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주시길 바랍니다ㅎㅎ

밥해주는곰 19.05.24 14:37:00

인생사 운전수 맘대로 안가지네요..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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